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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리 Aug 11. 2015

포항은 책방이다 1

그곳에는 달팽이 책방이 있다


가끔 내가 직접 책방 겸 카페를 차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곤 한다.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서는 합정동 ‘커피발전소’가 가장 상상 속 공간의 모습과 비슷했다. 크진 않지만 오밀조밀 있을 건 다 있고 소박하지만 고집이 느껴지는 메뉴와 주인 나름의 체계대로 ‘어질러진’ 책장이 있는 공간이라 그런 걸까? 조금 세련된 모습이라면 서교동 '비플러스'도 마음에 드는 곳이다. (카페 수식어가 '에디토리얼 카페'이니 책덕후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얼마 전 강력한 우승후보(?)가 나타났다. 포항의 ‘달팽이북스앤티’(이하 달팽이 책방)는 사진으로만 접했지만 벌써부터 그곳에 ‘나의 로망 책방’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버렸다. 너무 성급했나 싶기도 했지만 SNS에 올라오는 달팽이 책방의 모습은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 아닐 수 없었다. 매일 직접 굽는 스콘, 그리고 이국적인 홍차 메뉴, 주인장의 취향이 한껏 반영된 책장(얄팍하지 않은 책들 위주),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책이 있는 쇼윈도우', 그리고 재치 있는 소모임들('혼신의 희곡 읽기'라니!)...


『미란다처럼』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하고 싶어서 소규모 책방들에 입점 문의 메일을 보내던 무렵이었다. 유명한 책방, 한 번 방문했던 책방, 이제 막 생겨난 책방… 어떤 곳에서는 답장이 오지 않았고 어떤 곳에서는책방이 포화 상태라 미안하다는 답장이 왔다. 그리고 몇몇 곳에서는 책을 입점하고 싶다는 반가운 메일이 왔다. 


서울에 있는 책방에는 입점할 책을 직접 가져갔고 지방에 있는 책방에는 택배로 보내야 해서 서너 군데의 서점을 나누어서 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왠지 달팽이 책방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메일을 써야 할 것 같았다. 거절 당하면 왠지 크리티컬 데미지(치명상)을 입어서 전투력이 -100정도로 감소할 듯했기 때문이다. 임시 메일로 저장해놓고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송’ 버튼을 눌렀다. 눌렀다, 눌러버렸어!(호들갑 갑甲)


거절 당했을 때 데미지(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메일을 쓸 때 책방의 한정된 공간과 책방 분위기를 언급하며 미리 충격 방지 장치를 곳곳에 깔아놓았지만 달팽이 책방에서 도착한 답장을 여는 순간에는 정말 심장이 떨렸다. 그리고 답장에는...

저 미란다 엄청 좋아해요. 
텀블벅이랑 책 내신 것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먼저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미란다를 안다니! 달팽이 책방 주인장께서 미란다를 좋아한다니! 정말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들썩들썩~) 미란다를 모르는 책방에 책을 소개할 때마다 주절주절 <미란다>라는 생소한 시트콤에 대해 설명해야 했던 순간을 떠올리니 눈물이... (출판하면서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 베스트 쓰리 안에 든다.)


달팽이 책방에서는 출판사가 직접 가서 책을 파는 책덕 좌판이라는 허튼 짓(?)도 응원한다면서 기회가 되면 같이 행사를 만들어 보자고 해주셨다. 신이 나서 바로 책 여섯 권을 꽁꽁 싸매서 보냈다.


그리고 포항 갈 날을 기다리며 달팽이 책방에서 벌일 이벤트를 고민을 한 끝에 <1인 출판 이야기> <미란다 상영회> <과일 친구들 만들기>를 해보기로 했다. 달팽이 책방 주인장 님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메일을 왔다 갔다 하며) 짜낸 이벤트 세 가지! 

미란다가 혼자 놀 때 청중이 되어주는 과일&채소 친구들

포항에 갈 준비를 하면서 마음은 설레고 책방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갔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기에 최대한 설레발을 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은 가라앉힐 길이 없었다.  

바리바리 챙겨 들고 떠납니다요

특히 이번 여정은 대구에 있는 서점 '슬기로운 낙타'에 들려서 책방 주인장과 함께 간다는 점도 매우 특별했다. 출판사 사장(!)과 책방 주인(!)이 함께 떠나는 포항 책방 투어(?), 개봉박두!

기차를 타고, 써치 펀!

책덕 출판사의 포항 출장기,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대구 슬기로운 낙타에 갔던 이야기는 따로 쓰기로 했어요. 포항에서의 하루를 슬슬 따라오시지요. 총총총- (세기말적인 표현이지만 귀엽지 않나요?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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