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오르막길에 자리한 문학 서점
하늘이 새파란 어느 겨울날, 해방촌 길목에 들어섰다. 버스를 안 타겠다며 패기를 부렸다가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등에 땀을 한 바가지 흘렸지만 기분만은 상쾌했다. 어디 가서 잠깐 공상이나 할까 하고 들어선 작고 아담한 카페 ㅇㅎㅎ. (카페 이름이 재밌다고 생각하며 들어섰다.)
자리를 잡고 유자차를 시키고 잠시 카페 안을 둘러보니 책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처음에는 북카페인가 싶었는데 찬찬히 살펴보니 책을 판매하는 듯했다. 진열된 책의 목록이 심상치 않은 느낌이 왔다. 이곳의 관리자(?)는 누구인가!
조용히 놀고 가려다가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책이 있길래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다. 그러고 보니 카페 계산대와 분리되어 있다. 이제야 '고요서사'라고 쓰여있는 책방 안내문이 보인다. 책을 구매하면서 슬쩍 물어보니 카페 안에 샵인샵처럼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책을 샀더니 아까 마셨던 유자차를 500원 할인해 준다고 해서 냉큼 500원을 받아왔다. (카페와 책방의 상부상조 시스템)
고요서사의 명함을 받아 들고 뒤집어 보니 감탄사가 나오는 책방지기의 명칭이 있다. '책방 편집자' 마음에 드는 명칭이다. 고요서사의 로고는 무엇을 형상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아늑한 텐트처럼 보인다. 그래, 고요서사에는 텐트 안에서 램프를 켜놓고 혼자 물끄러미 즐기기에 좋은 책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고요서사 책방에는 문 앞에 눈에 띄는 기계가 하나 있다. 바로 문장 뽑기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디어라니! 문장을 뽑으면 왠지 그 책을 사야 할 것만 같다. 흐흐-
우연히 들린 카페에 책방이 있었다니, 이 급작스러운 마주침을 즐거워하며 책방을 나섰다. 벌써 밖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빛을 내뿜는 카페/책방은 왠지 대낮에 볼 때보다 매력적으로 보였다.
예전에 어디선가 보고 머릿속에 스크랩해놨던 책이 책방에서 눈에 띄면 홀린 듯이 계산대로 가져가게 된다. 취향에 따라서 각자 좋아하는 책이 갈리지만 고요서사에서는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도 괜찮을 만큼 '책방 편집자'의 세심한 책장 편집력이 돋보였던 것 같다.
이 책의 작가 커트 보니것은 블랙유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계승자라고 하니(책 앞날개 소개) 한껏 기대가 된다. 으흐흐.
해방촌 문학 서점 고요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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