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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by 김선태 Mar 09. 2025

   지난 금요일 출근길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늘은 청명했고 미세먼지도 없기에 걸어서 출근을 했다. 갑천에서 노닐고 있는 오리들을 보고 사진도 찍었다. 그렇게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출근길이었다. 바로 그 공간, 저 멀리 앞쪽에서 예쁜 아가씨가 자전거를 끌며 걸어오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예쁜 그 아가씨에게 내 눈이 자주 돌아갔다. 그런데 이 아가씨 눈이 나와 계속 마주치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입가에는 수줍은 미소까지 보이면서. 가까이에서 보니 입가에 보조개도 보여 더 예뻤다. 그런데 웬걸. 아가씨 왼쪽 무릎 위, 바지가 약간 찢어져 있었고, 붉은 피가 묻어 나와 있었다.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랬다. 나는 오리들을 사진 찍고 있었고 그녀는 자전거를 타고 오다 넘어졌을 뿐이고, 나와 가까워질수록 창피해서 웃었을 뿐이고, 슬금슬적 나를 봤던 것이었다. 문득, 저리도 티 나게 지나가면 누가 모를까? 으이구!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타인은 관심이 전혀 없는 자신의 실수 때문에 힘들어 할 수도 있다. 훌훌 털고, 아무 일도 없듯이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지금의 상처도 아무렇지 않게 아물겠지 싶다. 수줍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이제는 말없이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달려가 괜찮냐고 묻고 싶었지만 각시에게 맞아 죽을 것 같아 과감히 돌아섰다. 

  바로 그때, 길을 가던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 이쪽으로 가면 대덕구 대화동이 나오나요? 하고 물었다. 나는 잘 몰라 죄송하다고 했다. 아저씨는 걸어오던 방향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허름한 옷을 입은 아저씨 뒷모습을 보면서,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은 이 방향으로 가든, 반대 방향으로 가든, 둘 중 하나인데...... 저 아저씨가 방향을 잘못 잡은 거면 어떡하지? 내 인생도, 내가 결정하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도, 그 방향이 잘못되었으면 어떡하지? 잘못되었다면 빨리 돌아오지 뭐. 그런데 너무 늦게 돌아와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다면 어떡하지? 어쨌든 방향을 잘 결정하고 걷는 방향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살아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순간의 찰나로 스쳐갈 때 멀리 걷는 아저씨와 그 옆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아가씨가 보였다. 


  풍성한 명상으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KAIST 캠퍼스 안에 있다. KAIST교정에 들어오니 시끄러운 거위들과 오리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세상 걱정 없이 사는 그 놈들이 조금 얄미워, 사진을 찍으며 괴롭혔다. 괴롭히면 즐거워진다는 깨달음을 또 하나 배우는 순간이었다. 좌우당간, 나는 생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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