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하게 한 잔 하고 뚜벅뚜벅 걸었다. 등 뒤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내딛던 걸음을 멈추고 소리에 집중했다. 바람소리 같았다. 나는 가던 걸음을 이었다. 또다시 들리는 바람소리. 뭔가 싸한 느낌에 길가로 몸뚱이를 옮겼다. 아저씨 한 분이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가신다. 입으로 바람소리를 내시면서 가신다.
"쉬~ 쉬~"
내가 떴으니 길을 터라 하신다. 순간 떠오른 한마디가 있어 서둘러 폰에 옮겨 적었다.
'깅가밍가 할 땐 기다려라.'
아침에 눈을 뜨고 표준어로 다시 옮겨본다.
긴가민가 할 땐 기다려라
비가 오락가락하고 올랑말랑 할 땐
호기로운 빈손대신 우산을 챙겨라
아랫배가 살살 아파올 때
서둘러 외출하지 마라
설사면 큰일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어둠 속에서 뭔가 움직이고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땐
성큼성큼 내딛지 말고 기다려라
신호등이 뻘건불로 바뀔동말동 할 땐
목숨 걸고 건너지 마라
기다려라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오락가락할 땐
서둘러 입을 열지 마라
실수하기 십상이다
기다려라
아끼면 똥 된다는 옛말이
무색하도록 기다려라
망설이면 품절이란 말에
현혹되지 마라
긴가민가 할 땐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