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번 로맨스 실패기

by 김선태

604번을 탔다. 승객이 너무 많아 문 앞에서 앞쪽으로 움직이질 못했다. 카드 리더기가 보이는데 전진을 못하니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눈이 예쁜 아가씨가 마스크 뒤편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대신 찍어드릴까요?"


아마도 선태에게 반한게 분명했다. 선태는 감사하다며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 시커먼 팔뚝을 뻗어 체크카드를 읽혔다. 그리곤 침묵이 흘렀고 선태는 가진 상상을 하며 마스크 속에서 실실 히죽거렸다. 잠시 후 환승해야 하는 통계교육센터 정거장에 도착했다. 선태는 "내려요. 내려요." 하며 앞으로 전진했고 눈이 예쁜 아가씨도 앞서 전진했다. 버스 뒷문 앞에선 선태. 정부청사역 지하철 환승을 위해 체크카드를 읽혔다. "하차입니다."라며 버스가 힘차게 외쳤다. 아뿔싸, 선태만 내리고 예쁜 눈을 가진 친절한 아가씨는 내리지 않았다. 아가씨를 태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604번 버스가 야속했다. 그렇게 흐뭇한 미소로 미끄러지듯 멀어져 가는 버스를 바라볼 때였다. 706번 버스가 한마디 하며 육중하게 다가왔다.


선태야,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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