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칼 세이건
천문학자들이 하늘을 관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 사실 이 질문에 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아예 저런 질문을 생각해보지 조차 못했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 본다면, 아마 자신의 커리어에 한 획을 그을려고? 아니면 논문 작업을 위해? 현실적인 이유로라면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그 일이 하늘을 관찰하는 일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비핵화 이야기가 오간 걸로 기억하는데 핵이라 하면 막연하게 드는 생각이 무서운 것, 파괴적인 것, 신중해야 하는 것이 나의 핵에 대한 느낌이다. 내가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 다시 말하면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의 한반도에 살고 있어 그런지는 몰라도 대학교 시절 늦은 시각까지 야작을 하다 전공 건물 밖으로 막 나왔을 때, 대학교 내에서 얼마 안 되는 곳에서 총소리 같은 것이 크게 들려와 무척 놀란적이 있었다. 순간 자리에서 얼음이 됐다가 그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안심했는데 그건 총소리가 아니라 폭죽 소리였다. 만약 폭죽 소리가 비무장지대 DMZ 같은 곳에서 들려왔다면? 그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순간 얼음이 되기보다 상대방들은 그 소리를 서로의 공격 소리로 인식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비해야 하고 천문학자들의 연구도 대비책의 한 가지라고 볼 수 있겠다. “… 즉 지구와 근접 천체의 충돌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철저하게 연구하지 않는다면, 현대 지구 문명이 엉뚱한 이유 때문에 핵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대상에 대한 감시와 연구는 중요하다. 난 이것을 행성, 혜성, 유성 같은 우주의 관점에서 이어나가 부모와 자식의 애착 관계에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뇌는 3세까지 급속도로 발달한다고 하는데 이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기의 울음에 반응하여 음식, 용변, 불편함, 불안함 등을 해소해주고 이런 반복적인 행동으로 인해 아기는 부모와의 신뢰와 애착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뭐 여하튼, 사람이나 우주나 지속적인 관찰과 관심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이런 노력 끝에 아기는 자라 어른이 되고 더 이상 울음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는 얘기다.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영겁의 세월 끝에 지구 또한 안정기에 들어서게 되었다. 타원형 궤도를 돌던 행성들은 그 궤도를 따라 돌다가 일정한 위치에서 궤도가 겹치면 충돌할 수밖에 없었지만 원형 궤도를 도는 행성은 살아남아 점점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또한 자연선택의 일부인 것이다. “… 초기의 파국적 충돌을 모두 이겨 내고 이제 우리 태양계는 중년의 안정기에 들어선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지구라는 행성 자체로 보면 안정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행성과 지구가 충돌하는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이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 46 ‘억’년이나 걸렸다고 하는데 현대의 기술과 정보로 사람들은 아주 짧은 시간만에 지구의 기후를 바꿔놓고 있다.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짧은 시간만에 행성의 기후까지 영향을 줄 정도면, 이것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기술 또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무지와 자기만족의 만행을 계속 묵인할 것인가? 지구의 전체적 번영보다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이득을 더 중요시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자녀와 손자 손녀를 위한 걱정과 함께, 미묘하고 복잡하게 작용하는 생명 유지의 전 지구적 메커니즘을 올바로 이해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좀 더 긴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인가? 알고 보니 지구는 참으로 작고 연약한 세계이다. 지구는 좀 더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존재인 것이다.”
지구의 천국과 지옥의 운명은 현재 우리의 손에 달려있는 것 같다. 지구의 복지를 위해 내가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은 개뿔도 없지만 왠지 어깨가 무거워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