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ook record

7. 밤하늘의 등뼈

코스모스 - 칼 세이건

by DAWN



물시계 또는 물 도둑이라 불리는 실험 기구를 아는가? 막대기에 구가 달려있고 구의 밑부분에는 구멍이 뚫려있어 손가락으로 막대의 위쪽 구멍을 막고 물에 넣으면 안으로 물이 안 들어온다. 반대로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지 않으면 물이 들어오게 되는데 그럼 손가락을 막았을 때 구에 있는 구멍으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임페도클레스는 이걸 공기라고 했는데 우리가 보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압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조건은 자율성이다. 정치, 종교, 사회의 관례에만 따라야 한다면 예나 지금이나 그 틀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니 새로울 것이 없는 세상일 것이다. 그에 반해 고대 이오니아 인들에겐 다행인 점이 있었다. 바로 이오니아가 섬들을 중심으로 발달한 세계인 점이다. 따라서 그들은 다양환 환경에서 만들어진 제각기 다른 정치 체제가 발달했고 모든 섬들의 사회적, 지적 다양성을 하나로 묶을 만한 강력한 중앙 권력이 없었기 때문에 자유로운 탐구가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이들은 한 문명의 중심이 아니라 여러 문명이 교차하는 길목에 위치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오니아의 이러한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당시 만연하던 노예제도가 발목을 잡았다. 노예의 정체성은 손을 사용하는 그들의 육체노동에 있었는데 다른 말로 하면 육체노동은 노예임을 뜻한 것이다. 따라서 과학 실험도 육체노동으로 간주되던 때였다. 따라서 노예제도가 있기 전에는 이오니아와 그리스 과학자들의 활동이 활발했지만 노예제도가 생긴 후부터는 과학자들의 수가 급감하게 되며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다시 말해 자율성이 바탕이 되어야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예제도와 과학,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전혀 연관 지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두 단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으면 단순히 과학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 ‘이야기’ 자체를 읽는 느낌이 바로 내가 계속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이유이다. 이외에도 피타고라스학파가 정수를 좋아해 무리수의 개념을 공표하지 않으려 한 사실 등을 책에서 볼 수 있다.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이만큼이나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아무튼 내게 7장은 이오니아 이야기로 깊게 남아있다. 만약 노예제도가 없어 인간의 흑역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과학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 옛날에 전통에 묶여 새로운 것을 등한시하지 않았다면? 모든 곳에 모든 것이 수학처럼 아주 깔끔한 질서 속에 존재하며 코스모스에도 그런 법칙이 적용된다고 하는데 과연 그 끝은 어디까지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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