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가 안 들린다.
대략 2주 정도 연습하고 오픽 시험을 치르러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미루다 미루다 보니 벌써 작년 이야기가 되어있다. 시험장의 자리 배치는 5명이 한 줄로 되어있고 총 4열로 이루어져 있었다. 60대 감독관님께서 시험을 안내해 주었다. 친절하였다.
내가 감독관님의 나이대를 알게 된 건 동료에게 건네시던 말 때문이었다. “예전엔 시간이 두배로 빨리 갔었는데 이제 60대가 되고 나니 제곱으로 빨리 가는 거 같아~ 거의 뭐 120살로 사는 거 같아 정말~ 어휴..” 뭐 이런 내용이었다. 우리 아빠도 곧 있음 60줄인데.. 좀 슬펐다. 하지만 머리 한편으로는 ‘60의 제곱은 360인데…’ 하고 말았다.
살면서 영어를 입에 달고 살아 본 적이 없었는데 오픽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영어를 거의 입에 달고 살았다.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데 영어 점수까지 따야 하나. 하나하나 해야 할게 너무 많다. 하지만 이걸 다아~ 따야 기본이라도 간다. 돈 없는 취준생에게는 시험비도 너무 비싸다. 78,100원이다. (100원은 뭐야?) 토익 점수 따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 오픽은 제발 한 번만에 따고 싶었다. 속으로 기도했다. 정말 간절히. ‘제발 한 번만에 점수 나오게 해 주세요’
시험 전 60대의 나이가 곱절로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낀다던 감독관님이 시험 안내를 해 주셨다. 마이크를 가지고 말씀해 주셨는데 소리가 울려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했다. 대충 눈치껏 따라 하고 시험 전 녹음이 잘 되는지 각자 말해보라고 한다. 화면의 주황색(이었나?) 선이 움직이면 녹음이 잘 되고 있는 거란다. 20명의 수험자들이 헤드셋을 끼고 다 같이 말한다. 난 깜짝 놀랐다. 놀이 공원에 온 줄 알았다. 너무 시끄러워서 내 목소리가 거의 안 들리는 것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실제 시험 때도 이렇게 시끄럽진 않겠지?’
시험이 시작됐다. 설마가 사람 잡았다. 너무 시끄러워서 내 목소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영어로 말하는 것도 힘든데 내 목소리까지 제대로 안 들리니 더 혼란스러워 알던 것도 못 말할 것 같았다. 시험장이 시끄러우니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 녹음 잘되게 하려고 더 크게 말했다. 아 너무 괴로웠다. 체념하고 시험 보는 수밖에 없었다. 시험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기가 다 빨린 기분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해졌다.
그래도 시험 결과는 토익보다 빨리 나온다. 결과는 IH. AL을 바랐지만 IH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시끄러운 시장통 같은 시험장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내가 사는 지역의 오픽 시험장 후기도 찾아봤었는데 시끄러웠다는 후기는 없었는데.. 내가 못 본건가? 여하튼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시험이었다. 앞으로 2년간 다시는 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