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 쥘리앵
책을 읽는 시간의 9/10는 괴로운 시간이었다. 어린 모드가 아버지가 말하는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일들을 읽고 있노라면 속에서 멀미가 느껴졌다. 이제껏 책을 펼치면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끝장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책의 끝부분에서의 모드의 모습이 궁금하여 책을 놓지 못했다.
한 사람의 잘못된 신념이 다른 사람에게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이 책은 한 문장 한 문장 설명해 주고 있다. 부유한 아버지와 교육학 전공의 어머니라는 그럴듯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정작 아이는 집 밖을 나가본 적이 없으며, 창밖으로 볼 수 있는 출퇴근 하는 공장 직원들을 보고 자유롭다고 느끼기까지 한다.
이 책을 보면서 내용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느낀 영화가 있다. <3096일>이라는 영화인데,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피가 섞였냐, 섞이지 않았냐 정도이다. 억압받는 존재가 느끼는 긴장감과 괴로움은 글로만 읽어도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이다. 상상만으로도 버거웠다.
내가 가장 충격적이라고 느꼈던 건, 아버지가 소변을 볼 때 어린 모드가 요강을 들고 소변을 받아야 한다는 것과, 목욕은 아버지의 기운을 그대로 흡수하기 위해 아버지가 씻었던 물로 목욕을 한다는 점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말도 안 되는 신념으로 어린아이에게 이상한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 내가 메스껍다고 느꼈던 가장 큰 이유이다.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가 두려워서 모드를 아버지와 똑같이 강압적으로 대했던 어머니와, ‘식인귀’ 아버지와의 생활에도, 모드가 미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동물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핏줄이라고 하는 존재의 따스함과 소통은 없었을 지라도, 동물들에게서 배우는 우정과 배려는 있었다. 지성은 잘못된 신념을 가진 부모에게 배웠지만 마음은 동물들과의 교감을 통해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동물들과의 교감은 모드의 집에 도축꾼이 올 때에도 유용했다. 긴장했을 때 죽은 고기는 질기기 때문에 안정이 됐을 때, 그때 갑자기 죽여야 육질이 연하다고 한다. 모드는 어른들의 말을 따라 송아지 곁에서 송아지를 안심시킨 뒤, 잠깐 빠져나와 그때 어른들은 송아지를 죽인다. 모드는 죄책감이 든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무도 죄책감을 덜어주지 않고, 모드는 혼자 그 죄책감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책을 읽는 내 마음도 무거웠다. 긴 속눈썹과 촉촉한 소의 눈망울이 생각났다.
모드는 완벽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악기 연주도 배웠다. 음악 선생은 모드가 그간 폭력 속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보고 놀라 모드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아버지를 설득하며 모드를 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이 음악 선생을 시발점으로 모드의 인생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다. 음악 선생은 모드에게 음악을 가르쳐 줬을 뿐만 아니라 숨결을 넣어줬다. 읽는 내내 내가 감사한 마음이 들었을 정도이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책을 다 읽은 지 한참이 됐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 속이 메스껍다. 다 쓰고 냉수를 한 잔 들이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