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박 홍
내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내 말이 듣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도 있고, 내 말주변의 문제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난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의 감정을 정말 솔직하고 정확하게 풀어내는 캐시의 능력이 부러웠다. 물론 숨기고 싶고 예민한 얘기도 있었겠지만 마이너 필링스의 감정을 메이저들에게 전달하려면 세세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그래서 왜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됐는지, 단순한 본인의 기분에 따라서가 아닌 사회적으로 깊게 깔려있는 당연시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낼 필요가 충분하였다.
한국계 미국인인 모 가수가 미국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데 왜 굳이 한국까지 가서 음반을 낸 건가요? 가수가 말한다.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인터뷰어들은 할 말을 잃는다. 그들은 기회가 없다는 생각조차 못해본 것이다. 왜냐면 본인들은 그런 생각을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인종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히 수다로 끝날 수가 없다. 그것은 존재론적이다. 그것은 남에게 내가 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아픔을 느끼는지, 나의 현실이 그들의 현실과 왜 별개인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아니, 실상은 그보다도 훨씬 더 까다롭다. 왜냐하면 서구의 역사, 정치, 문학, 대중문화가 죄다 저들의 것이고, 그것들이 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나는 뉴스 기사에서 범죄 피해자가 아시아인이면 일부러 읽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 사건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싫기 때문이다.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관하기 싫다. 왜냐하면 분노 속에 방치되기 싫기 때문이다.”
메이저들에게 마이너들의 감정을 이해시키는 것은 그 사회의 근본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느낀 억울한 감정을 단순히 ‘나 억울해.’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이다. 메이저들이 보기엔 하나도 공감이 가지 않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이 들었는지, 분명 내가 격은 태도와 다른 사람한테 하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메이저들은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서 설명이 더 길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번역자가 저자와 같은 마이너라, 공감하며 번역을 했다기에 글의 내용이 더 잘 표현된 부분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 감정을 모른 척하지 않고 제일 밑에 있는 레이어부터 하나하나 정리해 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내 감정을 이렇게 똑똑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