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 record

안나 카레니나 1, 2

레프 톨스토이

by DAWN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대서사가 시작되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1, 2권을 모두 읽으며 느낀 것은 지금과 그때의 생활방식(마차, 사교 모임, 의복)만 다를 뿐 사람들의 생활(불륜, 감정, 슬픔, 의심,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를 현대판으로 재해석한다면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순간의 감정인지 진실된 감정인지 모를 강렬함에 이끌려 본인의 원래 가정을 놔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 본인의 감정에 솔직한 것은 좋지만 이에 따를 책임 또한 본인의 몫이다. 또한 본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순간의 욕망을 조절하는 것도 역할과 책임에 따라 감내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양육권을 갖지 못해 자신의 아이를 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겠다. 안나의 이러한 선택을 보며 나는 안나가 하나도 애처롭거나 불쌍하지 않았다. 가정의 평화를 깬 안나가 아주 오랫동안 철저히 혼자서 그 감정에 목말라 평생 죄책감과 아픔에 천천히 죽어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들을 못 보게 되는 아픔에 평생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며 새 가정에도 파탄이 오기를 바랐다. 이미 가정이 있는 안나에게 마음을 품고 다가간 이에게도, 사회적 매장과 인적 네트워크의 몰락이 함께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쓸쓸히 두 사람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다독이며 살아가기를. 철저히 둘이서만.


1000페이지가 넘는 1, 2권을 읽으며 그래서 대체 톨스토이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 생각해 봤지만 아직까지 그 답을 찾진 못했다. 그러나 내가 발견한 건 사람 간의 서사와 개개인간의 감정묘사, 내가 언젠가는 느껴봤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들이 책 어느 곳에선가 불쑥불쑥 나타난다는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어느 시대에나 통용되는 문장인 것 같다. 클래식과 고전이 현대에도 통하는 이유는 아마 그때도 지금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획자의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