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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May 09. 2017

6Giga도 부족하다

풍족한 데이타량과 함께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을 찾다


요즘 핸드폰 요금제는 음성은 거의 무료이고 데이타 사용량으로 요금수준이 결정된다.통신사마다 다르지만 데이타를 무한대로 쓰려면 월정액으로 6만원 가까이 된다. 여기에 최신폰 할부금 3~4만원 정도를 더하면 매월 10만원 정도는 지불해야 데이타를 무한대로 쓸 수 있다.


휴대폰의 사양이 고급화 됨에 따라 데이타의 소모량도 증가한다. 무료 와이파이 존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은 되지 못하다 보니 여유가 된다면 높은 데이타 사용 요금제를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우리들의 가계비용에서 통신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찮다. 그래서 각 당의 대선주자들도 모두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각종 공약을 내놓고 있다.


나는 새폰을 가입할때 여러 사용 용도를 생각하여 6기가 요금제를 선택했다. 이 전에는 2.5기가 요금제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데이타량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라 훨씬 여유롭게 어디서든 핸드폰을 통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보행 중에도 핸드폰을 보고 있고 지하철에서도 와이파이를 사용해서는 답답하기 때문에 데이타를 사용하게 되고,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는 집에서도 데이타를 오픈해 놓고 지내면서 수시로 핸드폰 정보를 확인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6기가의 데이타량이 월 말이면 부족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몇 개월은 추가 요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데이타 6기가를 사용하고 부터는 내게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각종 뉴스에서부터 지금은 소통도구로 필수가 되어버린 카톡정보 그리고 가끔은 동영상 정보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좋은 점(?)도 있었지만 어느 때인가부터 오히려 문제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종일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동안 얻어진 정보는 사실 조금 늦게 확인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는 정보들일 뿐 아니라 이미 보았던 정보를 두 번 세 번 확인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면서까지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일도 많아졌다. 수시로 핸드폰에 눈이 가면서 상대에게 실례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음을 느끼게 된다. 편한 분들을 만날때 뿐 아니라 종종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서도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 



사실 외국에 여행을 다녀보면 우리나라는 무료 와이파이 천국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외국에서는 호텔이나 고급 음식점에 들어가야 겨우 무료 와이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종일 휴대폰은 사진기 대용으로만 사용하다가 호텔에 가서야 "카톡 카톡.."과 같은 데이타 수신음을 들으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우리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곳 집, 지하철, 커피숍, 사무실, 음식점 등 와이파이가 안되는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실시간 정보확인 욕구만 잠재우면 별도 데이타를 거의 사용하지 않더라도 불편이 없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좀 더 편리한 데이터 환경을 확보할 욕심으로 데이타 사용량을 점점 더 높이게 된다.
                                                                            
내가 데이타 6기가를 사용하면서 빼앗긴 것은 더 있다. 통근 거리에서 조금씩 읽던 독서를 못하게 되었다. 그냥 짤막짤막하고 흩어진 정보를 더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독서를 덜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 통근시간이 읽기 시작해서 책을 마저 읽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통근 시간에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있으니 책을 읽는 양이 줄어 버렸다. 또한, 운전 중에도 차가 막히면 핸드폰을 들여다보게 되고, 음성기능을 이용해서 문자 송신도 하게 되었다. 가끔 아찔한 순간을 직면할 때마다 다시는 안해야지 하면서도 차가 막혀 지루해지면 자연스레 핸드폰으로 또 손이 간다. 


너무 풍족한 삶으로 인해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을 빼앗기고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풍족한 것이 도리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휴대폰 환경만이 아니다. 요즘은 먹을 것이 너무 풍부해서 필요한 열량 이상의 영양분을 섭취해서 각종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건강하자고 너무 깨끗하게 만들어 놓은 환경이 오히려 우리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요즘 2.2기가를 쓰고 있지만 아무 문제없다. 앞으로 이것도 더 줄이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생활패턴을 되찾고 그 동안 젖어있던 휴대폰 공해에서 벗어나려 한다. 휴대폰의 편리함을 추구하되, 나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까지여야 한다란 생각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소통 이외에는 나의 일상에서 휴대폰으로 인해 방해받지 않으려고 한다. 정말 급한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사용하면 된다. 


휴대폰 데이타 사용량이 주는 교훈을 통해 다시 한번 단순한 삶의 중요성을 깨닫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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