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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Apr 20. 2017

송이의 수술

내게 가까이 있고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소중할 뿐


송이란 이름의 예쁜 딸을 가진 부모라면 이 제목에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 송이는 11살된 우리집 강아지 푸들 이름이다. 사람 나이로 보면 70 가까이 된 나이라 한다.


이 녀석이 입원을 하고 수술을 했다.처음에는 조그만하던 혹이 온 몸으로 번지고 커졌다. 처음에는 악성이 아니라 해서 그냥 두는게 나을까 해서 지켜보다가 최근에는 부위가 더 붓고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아 수술하기로 한 것이다.


수술하러 가는 아침, 병원까지 내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평소에 그렇게도 바깥에 나가기를 좋아하는 녀석이 그 날은 품 안에서 계속 바들바들 떨었다. 그냥 떠는 정도가 아니라 내 몸이 흔들릴 정도로 떨면서 안겨 있었다. 차 안에 들어가서 조수석에 내려놓고 차문을 닫고 시동을 거는데 바로 바깥으로 나가려고 달려든다. 왜 이러지? 뭔가 알고 이러는 걸까?


간단한 동의절차를 마치고 수술이 진행되었다. 수술을 하는 동안 미국에 있는 아들부부를 비롯하여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던 작은 아들, 아내에 이르기 까지 종일 카톡방에서 노심초사 하며 안부를 물었다. 수의사 말에 따르면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서 배 전체를 가르고 여러 혹은 떼내고 가슴 쪽에 피부 숨구멍까지 여러 곳 뚫어야 했다고 했다. 온 몸 전체를 붕대로 감고 입으로 물고 뜯지 못하게 얼굴가리개를 해서 병원에서 하루를 묵은 뒤 집으로 돌아왔다.


멀리 옛날 일도 아니다. 내가 어렸을때인 1960년대 쯤 만 하더라도 강아지를 의료보험도 안드는 큰 수술을 하고 걱정까지 했다고 하면 대부분 말도 안된다며 웃을 일이겠지만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하면 주위 사람들도 대체로 이해를 하는 분위기다. 특히 강아지를 기르는 집의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을 한다.



지금도 후진국의 개들은 그런 대접을 받기 힘들 것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 지역에서는 더 그럴 것이다. 사람에 대해서는 논외도 하더라도 선진국 또는 좀 더 잘사는 지역에 있는 동물이라고 이런 대접을 받는게 맞는 것일까? 동물 애호론자들이야 당연히 그렇다고 할 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소, 돼지, 닭들과 같은 생명이 있는 모든 동물은 같은 식으로 대우 받아야 하지 아닐까? 사실 이번에 들어 간 수술비면 지금도 약값이나 수술비가 없어 목숨을 잃어가는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을 살리 수 있는 돈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내게 가까이 있지 않고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기 때문에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다.



생명에 대한 존중 차원이라면 분명이 같은 대접을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그 기준이 뭘까라는 생각을 해본다.결국은 가까이 있어 내가 알고 있는 생명있는 대상체이고, 그 대상체도 나를 인식하고 있다는게 가장 큰 이유가 될 것 같다. 좀 더 고등 동물일수록 사람을 인지하는 능력이 더 뛰어날 것이고 그런 동물일수록 사람에게 더 대접받을 확율이 높아지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그 만한 환경이 갖춰질 때 가능한 이야기다. 


결국은 자기 기준인 것이다.송이는 내가 알고 있고 나와 함께 살면서 함께 한 소중한 동물이지만, 우리 송이를 모르는 다른 이에는 그냥 개란 동물일 뿐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내 곁에는 있지 않지만, 사람으로 태어났어도 지금 나의 송이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많다는 것을 잊고 산다. 단지 내가 모르는 먼 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같은 사람이고 더 공감할 수 있는 사람에게 먼저 그 돈을 써야 옳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내 문제가 아닌 것이고 그 나라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쉽게 잊어 버린다. 


지금은 이 나라가 남북대치 상태에서 긴장 속에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냐고들 한다. 전쟁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만일 전쟁이 잃어난다면 전쟁을 일으킨 쪽이나 전쟁을 당한 쪽이나 똑같이 파멸의 상황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이 죽고 다치겠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 국민들은 관심이 아닐 것이다.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직접 자신들이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 중 일은 즐거워할 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주력산업중 하나인 군수사업이 활성화 되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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