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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Sep 14. 2017

계급장 떼고 만나는 인맥

대학생활의 특권 중 하나가 아닐까?

대학만큼 인맥을 형성하기 좋은 곳이 있을까?

나는 이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학생들을 만나는 첫 수업시간에 출석점수를 제일 많이 강조한다. 


평가시 출석점수 비중을 20%로 하고 하루 빠질때 마다 2점씩 감하겠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관리하지 않더라도 요즘 대학에서는 결석횟수가 4회를 넘으면 자동으로 F학점을 주도록 되어 있어 출석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있지만 나는 별도로 출석점수를 관리해서 부여하는 것이다. 


100점 중 2점이란 점수는 커 보이지 않겠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받는 점수가 75점에서 95점 사이라 보면 20점 중 2점으로보면 매우 큰 점수다. 상위권에서의 1~2점 차이는 등급이 달라지는 점수다.


그렇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어 사전에 교감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2점을 삭감하지 않고 1점에서 0.5점 사이에서 조정해 준다. 개인적인 일이라도 하더라도 사전에 내게 문자 등으로 연락을 하고 양해를 구하는 경우에는 조금의 점수라도 조정해준다.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관계의 중요성와 인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학생과 내가 만난 것은 엄청난 인연이다. 수천 만의 사람들 가운데 한 번도 아니도 15회 가까이 2~3시간씩 만나는 것이 어찌 큰 인연이 아니겠느냐고 하며 강의계획을 알려준다.


세상을 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 아인슈타인 -


아인슈타인의 말을 사람과의 만남에 적용하면 어떤 사람은 사람과의 만남을 기적으로 보지만, 어떤 사람은 우연으로 지나치며 지낸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내가 만난 사건(?)은 그야말로 확율이 거의 없는 기적에 해당하는 만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매학기 만나는 교수들 중의 한 사람으로 우연으로 지나치듯 만난다.


기적을 만난다고 생각하고 그 수업시간을 담당하는 교수를 만난다면 아마 그 학생은 최선을 다해 그 인연에 충실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업에 소홀히 할 수 없다. 당연히 특별한 일이 아니면 결석할 리도 없다. 결석하더라도 무단결석을 할 리는 더욱 없다. 그렇게 만나게 되면 그 교수는 그 학생은 소중한 인연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수업 하는 동안 만나는 교수가 모두 자신의 인맥이 된다는 상상을 해보라!

수십 년간 공부를 하면서 전문 분야의 인맥을 쌓아온 많은 분들을 자신의 인맥으로 만드는 셈이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인맥 중 그런 전문가 분들이 주위에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면 그 분들의 인맥과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뿐인가? 그 분들이 쌓아온 인맥도 나와 연결되는 것이다.

한때 교보문고에 이런 시를 걸어 놓은 적이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방문객, 정현종 -



이처럼, 현재 마주하는 인연을 기적처럼 여기며 소중하게 하면 그 사람의 일생이 나에게 오는 것이 된다. 반면, 그냥 우연으로 만나는 학생들은 그 교수님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다. 어찌보면 온라인 강의로 그 분을 만난 거나 다름없게 된다. 그 분으로부터 지식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그 분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아주 많은 부분을 얻지 못하는 셈이 된다. 


교수 뿐인가?

선배, 후배, 동료들까지...

강의실에서 동아리에서 또는 각종 세미나에서 그야말고 계급장 떼고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이런 소중한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나다 보면, 사회 속에서 엄청난 자산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직장과 같은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인맥과는 또 다르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은 같은 관심사나 같은 직종에서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대학에서는 그야말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에서는 엄연히 보이지 않는 계급서열이 있어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의 레벨이 제한되기 마련이다. 


솔라크린이라는 사회학자는 우리들이 평생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의미있는 인맥으로 형성되는 사람이 3,500여 명이라고 하고 그 사람이 바로 우리의 인생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처럼 나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인맥중 보다 양질의 소중한 인맥을 쉬우면서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이제는 전자출결이 되어 별도로 출석을 부를 필요가 없지만, 나는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보면서 한 사람씩 부른다. 사전에 받아놓은 설문의 자기소개중 특징적인 것을 메모한 사진을 보면서 천천히 이름을 부르다 보면 그들이 기억되기 시작한다.


1:N이 아니라 최대한 1:1로 만나면서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려 하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사람과의 관계...

대학에서는 그 관계가 더욱 소중해지고 사회 나가서는 그것이 자신의 삶이 될 수 있음을 가르치면서 지금 만남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렇게 시작한 관계형성 노력이 결국,  그들의 미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진대학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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