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정의하는 것 만큼 어렵지만 찾아야 한다.
어떤 가치관이 좋은 가치관인가요? 란 질문을 받았다.
진로를 선택하는데 있어 흥미나 적성 뿐 아니라 가치관에 맞는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나온 질문이다.
글쎄...
좋은 가치관이란 것이 있는걸까?
좋은 가치관이 있다면, 나쁜 가치관이 있다는 말인데, 그 둘은 어떻게 판단할까?
가치관도 지속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의 가치관으로 선택한 진로가 나중에 가치관이 바뀌면서 진로도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가치관이란 사전적으로는
'인간이 자기를 포함한 세계나 어떤 대상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나 의의에 관한 견해나 입장'으로 되어있다. 다소 어렵게 느껴져 다른 설명을 봤다.
'가치관이란 옳은 것, 옳지 않은 것, 해야 할 것 또는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
조금 쉽게 의미가 들어온다.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될까?
자라면서 마주하는 가정 학교 그리고 이웃들과 같은 주위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속한 사회분위기도 무시못할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책을 통해서 혹은 학습을 통해서 들어오는 지식이 또한 가치관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형성된 가치관은 옳고 그름의 판단이 되고, 행복과 불행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올바른 가치관의 형성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올바른 가치관이란 어떤 가치관을 말할까?
올바른 가치관을 정의하는 것은 마치 진리를 정의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특히 사람과 관련되는 정의니 더 어려운게 아닐까 싶다.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올바른 가치관을 정의하는게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의미다. 나름대로 고민해서 나온 정의는 이렇다.
누구든 현 시점에 자신에게 형성된 가치관이 있을 것이다. 살아오면서 형성된 가치관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형성된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 따르고 싶은 사람,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의 가치관과 비교를 해보면 자신의 가치관이 바람직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분들의 가치관은 인류가 함께 살아가는데 도움되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환경을 보존하는데 도움되는 가치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도 현실에 옮겨서 적용해 보면 그 판단이 만만찮다.
일전에 지율스님이란 분이 천성산 도로개통 때 도룡뇽의 보호를 위해 40일간 단식을 하여 죽음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이 분은 도룡뇽 보호와 같은 환경 보호란 대의에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칠 정도로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지만, 반대측에 있는 분들은 도로 개통으로 보다 나은 교통편의로 사람들에게 이익을 준다는 가치를 두고 서로 대립했던 것이다. 어느 것이 올바른 가치일까? 나는 지율스님의 가치관이 옳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가치관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듯 올바른 가치관을 판단하는게 쉽지 않다.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하여 연관되는 가치관은 직업가치관이다.
직업가치관은 직업선택에 있어 영향을 주는 가치관이다. 직업가치관도 개개인의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직업선택이라는 면에서 조금 다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거나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에 해당하므로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와 연결되는 가치관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성인용 직업가치관 검사에서는 직업가치관의 종류로 직업안정, 몸과 마음의 여유, 성취, 금전적 보상, 지식추구, 자율, 영향력 발휘, 변화지향, 실내활동, 봉사, 개별활동, 애국으로 12가지로 나눠져 있다. 이 항목 중에 실내활동, 개별활동과 같은 것은 가치관이라기 보다는 일을 하는 방식에 가까워 가치관으로 명명하기에는 애매한 것도 있지만 직업선택을 위한 가치관이란 측면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2014년에는 2004년에 비해 직업가치관 순위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2004년에는 '성취'가 1위였으나 2015년에는 '직업안정'이 1위가 되었다며 뉴스의 탑라인에 올랐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점점 더 잘 살고 있다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직업을 선택하는 직업가치관은 일의 성취가 아니라 직업안정성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갔다는 의미다. 그 만큼 우리 사회는 일 자체의 보람이나 성취보다는 그 일이 얼마나 안정적이냐의 여부가 직업가치관의 기준이 되는 사회에 산다는 의미다.
그래서 공무원, 교사, 간호사, 의사, 변호사와 같은 라이센스를 갖는 직종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정년이 없거나 정년이 보장되는 직종. 즉 직업안정성이 보장되는 직종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전형적으로 불안한 사회란 것을 반증한다. 사회안정망이 구축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생계유지가 어려워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곧 삶의 실패를 의미하므로 안정적인 직장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안정망이 갖춰지지 않은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자아실현의 수단으로서의 일이나 변화에 도전하는 일에 대한 선택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직업가치관으로 직업안정, 몸과 마음의 여유, 금전적 보상과 같은 가치가 선호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적이고 역동적인 사회가 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며, 일 자체에 보람과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직업 가치가 선택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직업가치관,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역동적인 발전보다는 정체된 안정을 택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직업선택에 대한 직업가치관은 우리 사회의 현재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도전보다 안정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을 나무라기 전에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한 사회안정망 구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아볼 때다.
현재의 직업가치관이 개인의 현재 진로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 그리고 직업가치관까지 일치하는 진로선택이 바로 꿈의 진로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택한 진로지만 자신의 의식성장과 더불어 또는 사회안정망이 갖춰짐과 더불어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진로로의 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것이며 개개인의 행복과 더불어 바람직한 사회로의 이행이므로 축복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