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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Nov 24. 2017

뜨는 직업, 지는 직업

무엇보다 변화를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앞으로 어떤 직업이 뜰까? 이 주제에 대한 고민은 미래의 우리 사회 역군이 될 학생들 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관심도 지대하다. 그 뿐 아니다. 워낙 빨리 변하는 세상 속에서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는 현역들에도 무관한 주제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에게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처럼 모두의 관심사인 주제를 몇 권의 책과 자료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현실에 더 다가 가고자 하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보고 들은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주제에 대한 논란에 불을 댕긴 역할을 한 것은 아마도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하면서 발간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5년간 선진국에서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을 접하면서부터 일 것 같다. 같은 보고서에서 세계의 7세 어린이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뒤 얼마 안되어 우리나라 서울에서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인류의 기대를 저버리고 알파고의 승리로 끝나면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차지하게 될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막연했던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이미지



그 이후로 4차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강의들이 넘쳤고 그 강의 속에는 빠짐없이 미래 직업에 대한 예측이 포함되었다. 강의마다 여러 근거를 대며 4차산업혁명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대체될 일자리와 그 시대에도 여전히 건재할 또는 새로 생겨날 일자리에 대한 예측을 하곤 했다.


논의 전에 우선, 우리나라에 있는 사람들의 직업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이십 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알고 있는 직업을 적어보라고 하면 아마 100가지는 커녕 30~40개 이상적기는 힘들 것이다. 한국직업사전에 의하면 2017년 현재 1만 개가 넘는다. 정확하게 11,993개라 한다.


1만 개가 넘는 직업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우리 머리 속에 있는 10개에서 20 여 개의 직업군을 가지고 진로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직업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면 잠시 놀랄 뿐 자신의 생각 밖의 직업은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다시 30~40 여 개의 직업군에서 진로탐색을 하게 된다. 어찌보면 우리들의 머리 속에 맴도는 직업군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직업군으로 상대적으로 경쟁이 높은 직업군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진로의 범위를 넓히는 차원에서 한번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직업 역사를 보게 되면 그 시대에 새로 생겨난 직업들이 있는 반면 사라지는 직업들도 있다. 또 어떤 직업은 꾸준히 인기가 있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시대 상황에 따라 그 인기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직업도 있다. 이런 트렌드를 잘 예측할 수 있다면 전망 있는 직업을 택할 가능성이 높일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워크넷 직업사전자료



우리나라가 직업사전을 발간한 1969년(직업수 3,260개)부터 2017년(직업수 11,993개)지금까지 소멸된 직업과 새로 추가된 직업을 보면 제조업관련 직업은 줄고 서비스관련 직업은 증가하고 블루칼라는 줄고 화이트칼라는 증가하였다. 또한 생산직은 줄고 전문직은 증가하였다. 사라진 직업의 대다수는 기계화, 자동화로 사람을 대체한 직업들이었다. 이 정도의 분석은 내용을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전체 직업 숫자가 늘었다는 사실이다. 기계화와 자동화로 인간의 많은 일자리를 앗아 간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분야에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라진 일자리를 감안하더라도 일자리는 매년 더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직업 종류 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직업 종사자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사라진 직업 중에 언뜻 생각나는 직업을 생각해 보자. 전화교환원, 버스안내양, 열차검표원 등이다. 이들의 직업은 기계가 대체해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직업이 사라지는 대신 새로 생긴 직업들은 어떤 직업이 있을까? 전화교환을 대체한 전자교환기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람, 버스안내양이 하던 일을 대체하는 차표수집기 또는 교통카드와 교통카드를 인식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람, 열차검표원을 대신하는 열차운영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직업과 종사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이미지



이런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들은 인류 역사상 늘 알파고는 있었다는 주장이다. 산업혁명 시대에는 방직기계, 증기기관이 기계가 농민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알파고였고, 3차 산업혁명에는 인터넷과 컴퓨터는 공장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그 시대의 알파고였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능을 대체하는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계파괴운동, 컴퓨터 데모가 있어 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간은 농장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서비스로 생겨난 더 많은 일자리로 인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낙관론자들의 논리다.


이뿐 아니라 로봇이나 물류수송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드론으로 인해 고임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딜로이트 같은 컨설팅기관은 신기술의 등장으로 노동시장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없었던 직업군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만 하더라도 세계 로봇의 25%를 구매했지만 로봇이 중국의 노동시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료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며 낙관론의 근거로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부정적인 시작이 더 설득력을 갖는 이유가 있다. 이전까지는 인간이 육체를 사용하는 부분을 기계가 대체하면 인간은 서비스를 하는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왔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의 서비스 업무를 대체해 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설 자리가, 인간이 해야 할 일이 근원적으로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실제 데이터로도 이 현상이 증명되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이 기계로 대체되면서 노동생산성이 계속 증가해 왔다. 그리고 낙관론자의 말대로 고용 역시 계속 증가해 왔다. 그것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제조업 중심의 육체노동이 필요한 일자리에서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로 이동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현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노동생산성을 계속 증가하지만 21세기 들어 고용, 즉 일자리는 하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 말은 서비스 부문 일자리에도 로봇과 같은 기계가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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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로  인간의 노동력이 핵심이었던 일자리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고효율 저비용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인간의 노동가치는 계속 추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가치와 효용이 줄게 되면서  인공지능과 로봇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사람과 관리자, 그리고 이들을 지시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며 이는 인간의 대량실업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낙관론자이든 비관론자이든 미래의 상당수의 일자리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될 것이므로 그들이 대체하기 힘든 직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시한 로봇이 대체하기 힘든 직업과 정부에서 제시한 일자리 전망 그리고 각종 미래 예측기관에서 사라질 직업에 대한 고위험 직군과 저위험 직군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예측을 해보자. 아래 내용은 잡킬러(차두원, 김서현 지음 한스미디어) 내용을 주로 활용하여 정리하였다.


자동화와 기계화로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을 예로 들면, 콘크리트공, 정육원, 제품 조립원, 청원경찰 등이다. 그리고 로봇의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은 텔레마케터, 회계사, 소매점 계산원, 속기사, 통번역가, 단순 제조업 종사자 등이다. 그리고 자율주행차와 드론의 등장으로 생각해 보면 물류와 수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상실에 눈에 보이고 은행원, 기자, 의사, 변호사의 직업도 로봇이 깊숙히 침투해 오고 있는 직업군이다.


반면, 저위험 군에 속하는 직업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창의력과 기획력이 요구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직업군이다. 예를 들어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작가, 안무가, 배우, 인문사회과학자 등이라 한다.


두 번째는 대인관계가 필요한 직업으로 사람 간의 의사소통이 빈번해 높은 사회적 지능과 정서적 교감능력이 중요한 직업군으로 간호사, 보모 등이고


세 번째는 업무가 비정형적이며 고도의 손재주를 필요로 하는 분야로 요리사, 정원사, 수리공, 목수, 치과의사 등이 되겠다.


네 번째는 문제해결 능력으로 통찰력, 전략적 사고, 직관력 등을 통해 판단해야 하는 경영인 등의 직업군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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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기준을 제시한  옥스퍼드대학 교수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은  레크레이션 치료사, 기계 정비.설치.수리관리자, 재난관리 감독관, 정신.약물 치료 사회복지사, 청각학자, 작업치료사, 의지장구사, 헬스케어 사회복지사,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소방 관리자 등이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 위험이 낮은 직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향후 직업세계의 7대 전망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르는 변화를 기본 틀로 하고 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고, 복지, ICT, 의료, 안전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고, 기계화 자동화로 대체 가능한 직업의 고용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미래에도 여전히 살아남을 직업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하겠다. 여러 기관이나 전문가가 예측하는 미래 직업에 대한 생각은 대부분 일치하지만 그렇지 않는 직업들도 있다. 예를 들면, 약사, 법률가 같은 직업들이다.


이런 직업들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로봇이 대체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작업'의 문제다. 그 직업에서 어떤 작업을 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약사의 경우 이전처럼 병원에서 나오는 약을 조제하는 역할에만 그친다면 그 일이 당연히 대체되겠지만 요즘 약사회에서 광고하는 것처럼 가족 주치약사 개념으로 변신한다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비교적 로봇이 침범하기 힘든 인간의 영역이라 했던 창의성의 독보 영역인 예술, 음악, 미술에 까지 인공지능의 로봇이 침범하고 있다. 로봇이 그린 그림과 작곡한 음악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사이버가수가 등장하여 수천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과거는 3D(dirty, danger, difficult)영역에서 로봇이 쓰였다면 지금은 3I(instinct, interesting, intelligent)영역으로 침범하고 있어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예측은 그 만큼 쉽지 않은 것이다.


학과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문과 인력은 남아돌고 공과 대학 인력은 공급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실제 대기업에서는 취업자의 70%~80%까지 이공계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에는 인문사회과학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의 현재 인문사회과학대학의 정원감축 정책이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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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이 미래 직업에 대한 예측도 관점에 따라 서로 엇갈린다. 그렇지만 이런 정보를 접하다 보면 대략의 방향성은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영원한 직업은 없고 지금 예측한 것이 완전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그 변화를 읽고 변화를 즐기는 사람은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더라도, 설사 사라질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같은 직업에서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거나 새로운 직업에서 새로운 변화를 즐기고 있게 될 것이다. 문제는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택한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듣지 않고 고집하다가 반항할 것이며 결국은 그 흐름 속에 묻혀버릴 것이다.


결국 어떤 직업을 택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변화를 즐기며 주도하며 살 것이냐는 고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는 동안 직업의 변화도 자연스레 읽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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