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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Dec 05. 2017

진로결정으로 가는 길

쉽지 않다. 그래도 가야하는 길

대학은 독립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성장해가는 동안 우리들은 한 두번 쯤은 하루빨리 부모 품을 벗어나려고  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면 이제는 부모가 잡으려 해도 부모품을 벗어나 독립해야 하는데 그것을 준비하는 시기가 바로 대학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독립한다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든 먹고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함을 의미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수입이 발생하는 어떤 일을 해야 한다.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무엇을 해도 굶어 죽기야 하겠냐면서 대수롭지 않게 미래를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생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간단하게 다룰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일생동안 우리는 1/3은 잠을 자고 깨어있는 시간의 반은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고 사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생 입장에서 그들 앞에 높인 진로방향을 생각해 보면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대학원을 진학한다 하더라도 졸업 후에는 무슨 일을 하게 되므로 진학은 진로방향에서 제외하고 생각하면, 전문가의 길을 가려는 학생과 직장에 취업해서 직장인의 길을 걷는 사람 그리고 처음부터 창업을 하게 되는 경우로 나뉠 수 있다.


전문가의 길이라 했던 의사,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와 같은 직업도 어느 조직에 속해서 급여를 받는 길이 있지만 스스로 개업을 하여 수입을 창출하는 길이 있다고 보면, 사실 진로는 두 갈래로 나뉘는 셈이다. 누군가로부터 급여를 받으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창업(개업)하여 수입을 만들면서 살 것인가 이 두 경우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전문가의 길을 걷는다고 볼 수 있다. 의사, 변호사는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이나 기업에 진출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창업을 하는 사람 역시 어떤 분야의 전문 영역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창업을 하게 되므로 그 분야의 전문가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 자료



따라서, 앞으로의 모든 진로의 길은 내가 어떤 전문 영역의 길을 걸을 것이냐 하는 의사결정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비전문가의 길을 걷겠다는 것은 기계로 대체되기 쉬운 영역에 일을 하게 된다는 뜻이 될 것이며 또 그만큼 경쟁력이 낮은 직무에 종사하게 되어 언제든 쉽게 해고될 수 있는 곳에서 일한다는 뜻이 될 것이므로 진로방향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래서 진로 방향이란 어떤 전문분야의 길을 걸을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난 뒤, 그 전문영역으로 공무원을 할지 기업에 들어갈 지 병원에 가서 능력을 발휘할 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 된다.


그러면, 50대 후반에 있는 나는 어떤 분야에 전문가라 할 수 있을까?


30년 가까이 직장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어떤 분야에 전문가라 하기는 힘들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주로 근무했던 고객서비스분야, 인사분야, 마케팅분야, 영업분야 어느 한 곳에도 전문가라 할 만한 경력을 갖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분야에서 근무 만 했을 뿐이지 전문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이나 내세울 만한 업적을 가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와 같이 이렇게 직장경력을 쌓아서는 전문가 만 살아남는 시대에 생존할 수 없게 된다. 내가 만약 인사전문가, 마케팅전문가, 고객서비스전문가, 영업전문가 중 특정 분야에서 집중하여 경력을 개발해 왔다면 훨씬 나은 미래를 맞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만 해도 1만 개가 넘는 직업이 있고 세계에는 3만 개 가까운 직업이 있다. 이렇게 직업이 계속 세분화 되어온 것은 직업이 전문화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의 학과종류를 봐도 그렇다.  과거에는 학과명은 그리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학간 학과 명 차이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대학 학과는 1,000개가 넘고 유사학과를 묶어도 300개 가까이 되고, 학과명도 다양하여 학과명 만으로는 어떤 학문을 배우는지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가 되었다.  이것은 바로 전문가의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기업이 사람을 채용하는 형태 만 봐도 그것을 실감할 수 있다. 과거에는 행정직, 영업직, 기술직 정도로 구분하여 집단으로 사람을 뽑았다. 최근에는 직무별로 세분화 하여 사람을 채용할 뿐 아니라 개별 혹은 경력채용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전문가 시대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쿠르트 자료



이제부터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전문가로 살아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대학생활의 중요한 미션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그래서 더욱 선택이 어려워진 것이다. 과거는 대충의 방향 만 정하고 나가서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헤쳐나갈 수 있었던 반면, 이제는 노동시장 입문 시부터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렇다 보니 전문영역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일할 산업분야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게 되었다.


가령, 마케팅 업무를 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고 하면 과거에는 어느 산업 어느 회사에서든지  영업마케팅직이나 마케팅홍보직과 같은 공고문에 지원하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통신산업 마케팅과 의류산업 마케팅과 금융산업 마케팅은 마케팅 이론은 비슷할 수 있으나 그 산업을 모르고서는 마케팅업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어느 산업에 지원하든 입사해서 훈련을 거치면서 선배로부터 배워 마케팅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해당 분야 마케팅을 해본 사람이거나 적어도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먼저 선택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일할 산업과 전문분야를 정하는 것이 진로를 정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진로를 정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 정한 진로가 평생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니다 하더라도 처음 정하는 진로를 대충 정할 수는 없다. 처음 어떤 진로를 택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기 이해를 위한 적성검사, 흥미검사, 가치관검사, 성격검사와 같은 여러 가지 검사를 거치면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정보를 추천 받았다 하더라도 진로를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검사결과가 어떤 직업을 콕 찝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사결과 분류되는 유형의 가짓수가 많은  MBTI 성격유형이 16가지 정도인데 우리 나라 만 하더라도 직업종류가 1만 가지가 넘고 세상에는 3만 가지가 넘은 직업을 매칭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같은 검사결과라 하더라도 성장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검사 종류간에도 같은 직업을 분류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검사결과는 참고자료이지 절대적인 자료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감안하고 검사자료를 활용해야 한다.


이처럼 각종 심리검사나 직업탐색 검사가 정답을 제시해 주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검사를 함으로써 막연하게 느껴졌던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자신의 진로를 도와주는 부모나 상담자들과 진로에 대한 논의를 끌어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학생들 중에는 초지일관 자신의 진로는 확정되어 있다면서 검사결과를 통해 더 확신하며 명확하게 자신의 진로를 위한 준비를 해가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어떤 학생들은 여전히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검사결과를 보며 답답해 하기도 한다.


인터넷자료


유시민 작가는 대학생들을 위한 조언에서 사람의 한 평생이란 것이 생각보다 짧고 부질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잘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 그 일이 하기는 싫지만 밥벌이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그 짧고 부질없는 삶이 더욱 허무하게 된다는 조언이다.


그래서 그 일은 가능하면 자기 적성에 맞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어야하고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이어야 한다. 일만 개나 넘는 일 중에서 자신이 하고싶은 일이 없을 리는 없을 것이다. 다만 찾지 못할 뿐일 것이다. 그래서 진로탐색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여러가지 심리검사나 직업탐색 검사와 교수나 진로지도를 도우는 상담사의 추천을 통해 자신에게 알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직업 서너 개를 선택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직업들을 대상으로 적성, 가치관, 흥미, 성격 등의 관점에서 가중치를 두고 평가를 해보면 그래도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의 직업이 선택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직업을 가지고 수입정도, 직업의 안정성, 부모의 조건 등을 종합하여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면 된다.


스타테일리뉴스자료


그런데 이 과정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당연히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직업이 있을 리 없다. 내가 좋아하는 직업은 부모가 반대하고 부모가 좋아하는 직업은 가치관에 맞지 않을 수 있고, 수입이 높은 직업은 안정성이 낮은 것과 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진로 선택에서 충돌이 발생한다. 이런 과정을 진로갈등이라고 한다. 이런 진로 갈등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자신의 진로목표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최종적인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그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모의 조언도 중요하고 여러가지 검사결과도 참조하고 상담사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마지막 결정은 스스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때 부모나 담당교수는 당사자가 최대한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진로결정에서 제일 중요한 변수는 바로 진로정보이기 때문이다.


진로선택에서 다시 강조할 말은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그 짧고 부질없는 인생동안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삶이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되 앞의 여러 조건을 최대한 만족하는 진로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서 결정된 진로라 하더라도 성장 과정에서 혹은 환경 여건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어떤 진로를 택하던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이 결정해야 하고 자기 인생을 사는데 의미있는 진로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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