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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Dec 07. 2017

부모는 진로지도에서 왕따?

하기 나름이다


부모보다 자녀의 미래 진로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바로 자녀 그 자신이다. 당사자 만큼 자신의 진로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부모를 비롯한 누구라도 이것을 인정하고 그의 진로를 도와 주어야 한다.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키는 부모 키를 훌쩍 넘고 목소리도 변하여 겉모습은 어른으로 변했지만 부모에겐 여전히 불안한 어린 아이로 남아있다. 마치 여든 부모가 예순 아들을 걱정하듯...


내 주위에는 몇 번의 실직 끝에 스스로는 삶의 의욕을 모두 잃었다면서 무슨 일이든 시도조차 하기 싫다는 한 후배가 있다. 그렇지만 그 후배는 자녀의 일이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자신의 모든 정보력과 모든 네트웤을 가동해서 아들의 진로를 도우기 위해 애쓴다. 자녀 일에 대한 그의 행동을 보면 평소 무기력했던 그 후배가 맞나 싶다. 그게 바로 대다수 부모의 모습일 것이다.


이 후배의 경우는 고3이었던 아들의 진로를 위해 각종 입시 설명회도 참석할 뿐 아니라 어지간한 전문가는 따라오기 힘들 정도의 전문성과 정보력을 가졌다. 이 정도의 부모라면 고등학교, 중학교의 자녀의 진로에 어느 정도 개입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이런 경우도 자녀의 의사를 우선하며 도와줘야 하고 당연히 최종 선택은 자녀의 몫이 되어야 한다. 자녀가 대학생이라면 더욱 더 그래야 한다. 아무리 부모가 진로 분야에 전문가라 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탐색하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스스로 독립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딴따라는 안돼!"

"운동을 해서는 굶어, 안돼!"


예체능 계통을 지망하겠다는 자녀의 생각에 이렇게 큰 소리로 자녀의 입을 막는 부모들도 이제는 거의 보기 힘들다. 요즘 수업 중에 학생들의 부모님에 대한 리더십 성향을 물어보면 과거처럼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가부장적인 성향을 가진 부모는 거의 없고 대체로 자녀의 생각을 들어주는 민주형 혹은 방임형 부모라고 답한다. 오히려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자녀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기다리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인터넷자료


이처럼 자녀에 대한 부모의 태도가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하더라도 부모 입장에서는 여전히 뭔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모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대체로 자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거나 내버려 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는 상당이 알려진 어떤 작가가 회사 특강을 와서 하는 말이다. "여러분들은 제 강의를 듣기 위해 돈도 내고 이렇게 새벽시간에 와서 열띤 호응을 해주고 계시지만 정작 우리집 자녀들은 아직 제 책을 읽지 않았답니다." 이렇듯 부모는 가까이 늘 함께 하는 자녀 앞에서는 오히려 인정받기 힘들다. 적당한 비유인지 모르지만, 개신교에서 예수님도 자신의 고향에서는 배척받았다고 하는 것 처럼 사람들은 원래 가까이 있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녀들의 그런 태도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몇 권의 책을 발간하면서 책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소망은 있지만 그것은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나의 자녀들은 아버지가 쓴 책은 읽겠지 하고 기대를 했지만 그것마저도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이렇듯 몇몇 자녀들을 제외하고는 부모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모의 조언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대체로는 부모의 생각은 '고루한' 생각으로 보고 무시해버리는 듯 하다.


위의 후배와 같이 적극적으로 자녀의 진로를 챙기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또 이런 부모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알아서 잘한다.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된다. 가끔 조언을 해주고 알아서 하게 그냥 내버려 두는게 맞다."  자녀의 진로를 위해 부모의 바람직한 태도는 어떤 걸까?


인터넷자료


직업심리학자인 로(ROE)가 분류하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대하는 유형을 소개하면 이렇다. 로(ROE)는 부모의 양육태도에 따라 자녀의 진로선택에 영향을 준다며 자녀에 대한 부모의 태도를 회피형, 정서집중형, 수용형으로 나눴다. 회피형은 자녀가 원하는 것을 무시하고 자녀의 부족한 면만 지적하는 거부형과 자녀와의 접촉을 피하면서 내버려 두는 방임형으로 나뉘고, 정서집중형은 자녀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과보호형과 자녀가 뛰어나기를 바라고 엄격한 훈련과 무리한 요구를 가하는 과다요구형이 있고, 수용형은 자녀에게 요구하지도 않고 자녀의 욕구에 반응하지도 않은 무관심형과 자녀의 욕구에 민감하면서도 자녀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애정형이 있다고 한다.


자녀에 대한 이러한 부모의 양육태도에서 부모와 자녀가 따뜻한 관계이면 서비스, 사업, 문화, 예술 분야와 같은 인간관계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자녀와 부모가 차가운 관계이면 비인간 지향적인 진로인 산업기술, 옥외활동, 과학 연구분야ㅇ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진로와 관련해서 부모와 자녀의 갈등은 대체로 정서집중형인 과보호형과 과다요구형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 회피형과 수용형중 무관심형에서는 자녀와의 교류 자체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갈등이 발생하기 어렵다. 그렇게 보면 자녀의 욕구에 민감하면서도 자녀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애정형이 가장 바람직해 보이지만 이 역시도 자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 의존형의 자녀인 경우에는 자녀의 욕구만 들어주고 내버려 두게 되면 혼란에 빠져 방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자녀들이 부모의 말을 원천적으로 들으려 하지 않은 때는 부모의 평소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평소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강요를 해왔던지 자녀의 평소 고민이나 생각에 무관심해 왔었기 때문일 수가 있다. 진로전문가 은혜경님의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바람직한 태도를 중심으로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는 자녀와 나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닮은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이론적으로 50% 정도 닮은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50%나 다른 사람인 것이다. 그것을 잊어버리는 부모들은 자녀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조언하려 든다. 성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아버지는 외향형이어도 자녀는 내향형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선호 직업 유형은 완전 반대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함부로 자녀를 다 안다고 생각하고 조언하려 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는 대인관계의 핵심원칙 중 하나인 경청을 잘해야 한다. 미리 판단하지 말고 공감하는 자세로 잘 들음으로써 자녀가 정말 힘들어하는 부분과 자녀의 실제 욕구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입장에서 부모는 대화가 어려운 상대가 되어 말문을 닫아버릴 것이다.


세 번째는 자녀와 대화를 할때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먼저 자녀의 상태가 되려고 노력해 보아야 한다. 네가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그 자녀와 똑같이 느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전달되어야 한다. 사람이 이해 받는다고 느끼는 때는 '사실'을 말해 줄 때가 아니라 '감정'을 통할 때란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네 번째는 부모 이외 다른 통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부모는 가장 편한 사람이지만 한편으로 부담스런 존재일 수 있다. 자녀들은 부모 앞에서 떳떳하고 멋진 자녀가 되고 싶어하기 때문에 때로는 부모 아닌 다른 사람과 고민을 나누고 싶어할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대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자녀가 진정 힘들때 대화하고 의지할 수 있는 상대란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요청이 오면 의견을 말하고 설명은 하되 결정은 하지말라는 것이다. 결정은 반드시 자녀의 몫이 되어야 한다. 자녀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진로의 성공은 진로정보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자녀 입장에서는 가까이 있는 정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부모를 비롯하여 친인척들로부터 정보를 얻는일은 어렵지도 않고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부모는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오면서 나름대로 쌓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미래에 대한 판단력도 가지고 있다.  요즘처럼 복잡하고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진로정보와 관련해서는 부모가 문외한 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모의 의견 속에는 자녀가 미처 생각지 못한 중요한 정보가 담길 수 있다. 그리고 외부 전문가가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맞다. 그래서 단지 '부모가 권한다'는 이유만으로 거부감을 가져서는 안된다.


또한, 대부분 부모들도 자녀 인생의 선택권은 자녀에게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단지 부모 입장에서 보면 아직 어려보이고 서툴러 보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마음에 반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경우 무조건 부모는 뭘 모른다며 저항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진로에 대해 체계적인 정보와 자료를 제시하여 부모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는 늘 게임 만 하고  TV 오락 프로만 보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다가 갑자기 부모의 신뢰를 얻어낼 수는 없다. 평소에 믿을 만한 행동을 해야한다. 진로 갈등을 겪고 있다면 평소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고 이제부터라도 한번 한 일은 반드시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약속한 일은 끝까지 지키는 행동을 보여주면서 부모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나의 진로와 미래에 있어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부모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터넷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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