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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Dec 11. 2017

다시 대학에서 한 과목만 듣는다면?

글쓰기 과목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서 꼭 한 과목만 더 듣는다면 어떤 과목을 듣겠습니까?"

학생의 질문이다. 


나의 답은 '글쓰기' 과목이다.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이런 과목은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글쓰기에 대한 과목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필수과목은 아닌듯 하다.


왜 글쓰기강의를 선택했을까? 나는 너무 늦게 그 중요성을 깨닫고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우선 글은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읽는 것도 쉽지 않다. 간단한 글을 읽는 것은 몰라도 페이지가 넘어가고 책의 형태가 되면 더욱 더 읽기가 어려워진다. 책을 읽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눈과 머리로만 보는 활동인데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책을 읽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둘러보면 대체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과 거의 읽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되지 중간이 거의 없는 이유가 바로 책은 습관화 되기 전에는 읽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운동을 매일 하거나 전혀하지 않거나 하지 어중간하게 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서도 습관으로 형성되어야 가능한 활동이아닌가 싶다. 


이런 독서보다 더 힘든 것이 글쓰기다. 글쓰기에는 눈과 머리 뿐 아니라 손을 이용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내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만들어내야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일이다.


나의 학창시절 기간을 돌이켜 봐도 글쓰기가 제일 힘든 과제중 하나였다. 일기 쓰는 일부터 그랬다. 지금은 왜 그렇게도 어릴때부터 일기 쓰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지 이해되지만 그때는 몰랐다. 글짓기 대회 같은 것이 있으면 나는 아예 대상이 아니었다. 그림대회나 음악대회는 간간히 나가 상도 받고 했지만 글짓기는 아니었다. 글짓기는 타고나는 사람만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도 문학적인 글은 타고 나야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이렇게 글쓰는 것이 편해졌고, 벌써 3권의 책을 출간했다. 나는 원래 글을 잘쓰는 사람이었는데 늦게 그 능력이 나타난 것일까? 아니면 노력해서 지금 만큼의 글이라도 쓰게 된 것일까? 나는 단연코 후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쓰는 글은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적인 글이 아니다. 사람의 감동을 자아내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적인 글을 쓰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 필요한 영역이라 생각한다.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이 분야의 글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반면 문학적인 글이 아니라 나처럼 자기 생각을 옮기는 글을 쓰는 것은 누구든지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생각을 글로 옮긴다.' 이것이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다. 

글로 옮기기 전에는 자기 생각이 어떤 것인지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자기생각이 어떤 것인지 모를 때도 있다. 이때 그 생각을 글로 옮기다보면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글로 옮기다 보면 자기생각이 발전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성장이라 한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명상이나 책읽기를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겠지만 글쓰기가 특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여기서의 성장이란 것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훈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끔 글쓰기라는 기교를 빌려 자신의 성장을 포장하는 사람들도 보게 되는데 이런 사람은 아직 성장의 맛을 보지 못한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글쓰기를 통해서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의 성장의 잣대는 자기자신이다. 나의 이전보다 성장한 것을 말하지 다른 사람과 비교한 성장은 아니다. 사실 책을 전혀 읽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보다 더 큰 성장을 이루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여기서의 성장은 나 스스로와 비교한 성장이다. 책을 읽고 생각을 옮기는 글을 적다보면 자신이 성장함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조직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글쓰기는 필수능력에 속한다.


글쓰기는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소통수단이다. 각종 보고서와 기획서 이메일 등 직장인들은 매일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평가받는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물론이고 창의력도 뛰어나 문제해결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직장에서 중요한 능력에 속한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비즈니스맨은 말과 글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에 따라 평가된다."라고 했다.


인터넷 이미지


"미국 대학들은 글쓰기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에 '글쓰기 센터(Writing Center)'가 있어 학생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킨다. 그중 하버드대의 글쓰기 교육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하고, 대부분 과목에서 글쓰기 숙제를 내준다. 글쓰기 센터에서는 학부, 대학원 학생들을 위해 단계별로 다양한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1대1 첨삭도 철저하게 해준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역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강조하고 있다."(2017.1.4, 조선일보 김연주기자)


위의 기사에서 보듯 미국에서는 문과 이과 할 것 없이 글쓰기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 대학들도 이제 글쓰기 수업은 필수과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교육현장에서도 글쓰기 부분이 강조되고 있고, 최근 3년 사이에 글쓰기 강좌가 2~3배로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어릴 때부터 자녀들의 글쓰기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논술학원에 보내는 부모도 많다고 한다. 권귀현 글쓰기 전문강사는 글쓰기는 '싫지만 정복하고 싶은, 나는 못하지만 자식에게는 권하고 싶은 희한한 목표'라기도 한다. 


어릴적 부터 글쓰기 훈련을 해왔으면 다행이지만 입학할 때 쓰는 자기소개서와 같이 특별한 글쓰기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문자나 카톡 글쓰기 정도에 머물고 있고 글쓰기가 일상화 되어 있지 않다면 아직 글쓰기가 편한 사람은 아니다.  글쓰는 것이 일상이 되고자 한다면 더욱 더 대학에서는 한 학기 정도는 반드시 글쓰기 과목을 애정을 갖고 수강해야 한다. 여기서 애정을 갖고 수강하란 표현을 쓴 것은 평소 글을 써보지 않은 학생에게는 대학 학점관리를 위해서는 글쓰기 과목이 탐탁치 않을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들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쓴 말이다.


인터넷이미지, 유시민 작가 


글쓰기를 잘하는 위해서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도 말했듯이 먼저 많이 읽어야 한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야 자기 생각을 옮기는 정도에 그치지만 자기의 생각이 인풋이 없는데 아웃풋이 자꾸 나올 수는 없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어느 때부터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만 하더라도 책과 강의 그리고 몇 개의 아티컬 내용과 나의 생각과 접목되어 씌여지는 것이다.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 많이 읽는다고 잘쓰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읽지 않고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무조건 쓰기 시작해야 한다. 쓰면 쓸수록 느는 것이 글쓰기다. 내가 쓴 책을 보면 안다. 2012년에 처음 책을 내고 2015년과 2016년에 연속해서 출간했다. 나의 책 내용을 보면 나의 성장정도와 글쓰는 능력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게된다. 그래서 과거 쓴 책은 창피해서 펼쳐보기가 싫어진다. 요즘 브런치나 블로그에 올리는 나의 글을 본 사람들은 또 과거와 달리 필력이 늘었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 글쓰기는 쓰면 쓸수록 는다는 말이 맞다. 지금 당장 쓰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유용하다. 글쓰기는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인 종합능력, 창의력, 소통능력을 키워준다. 4차혁명 시대를 대비해서 어느 때인가부터 코딩능력이 중요하다며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며 어린이들이 배워야 할 학원과목이 하나 더 늘었다. 그런데 그 정도의 코딩은 컴퓨터가 더 잘한다. 그 시간에 글쓰기를 배우는게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라. 사회관계망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글쓰기로 바뀌지 않았는가? 글을 통하여 자신의 실력이 드러내고 글 내용으로 자신의 인품도 드러나는 세상이다. 실제로 몇 몇 기업들은 개인의 소셜미디어를 보고 채용을 결정하기도 하고,  마케터를 채용할 때는 개인의 블로그 체크는 필수다. 이처럼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서도 글쓰기는 필수능력이다.


오늘부터 일기부터 쓰기 시작하라.

그리고 반드시 대학기간 동안 글쓰기 강의를 들어두면 좋겠다.


인터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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