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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an 11. 2018

인도여행을 마치며...

또 다른 인도여행을 꿈꾼다

"몰라요?, 왜요?"

인도 가이드의 어눌한 한국말이 아직 귓전을 맴돈다.

어떤 설명을 해놓고선, 항상 "왜요? 왜요?"란 말을 되풀이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왜일까요?'란 질문이기 보다는 그냥 '왜냐하면...,즉 because' 에 해당하는 말인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왜요?" 하면 답을 하려고 애쓰곤 했다.


가이드, 디빡지


가이드는 친구와 같이 한국에 왔다가 서울대 어학과정에 등록하며 6개월 정도 한국어를 배웠다는데 의사소통에 큰 불편은 없을 정도로 잘했다.  서울대에서 있었던 외국인 한국말 경진대회 장려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가이드말로는 우리나라 말과 어순이 같아서 쉽게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에 있는 동안 홍대에서 주로 많이 놀았다며 자신을 '홍대 날라리'라고 지칭하며 배시시 웃었다. 홍대에서는 7차까지 술을 마신적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음주문화나 소고기와 돼지고기까지 즐기던 것은 인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인도에서 보더라도 날라리라고 했다.


카스트제도, 인터넷자료



"카스트 제도 상의 계급이 뭐냐?"라는 우리의 질문에 자신은 카스트 제도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면서 우리의 주민등록증 같은 것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자신은 '성'을 기록하지 않는단다. 여기서는 성을 보면 카스트 계급을 알 수 있는데 자신처럼 성을 기록하지 않은 신분증을 가진 사람은 카스트제도를 거부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 이전의 신분은 뭐냐고 했더니 상인과 농업을 하는 평민계층인 바이샤라고 했다. 자신은 2018년 4월에 결혼할 계획이라며 결혼을 약속한 여성이 델리에 있다고 한다. 이곳은 남자들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같은 이유로 남자들이 가정의 모든 의무를 져야해서 남자들이 힘든 나라이기도 하다고 했다. 자신은 여동생이 둘 있는데, 이곳에서는 여성들이 결혼을 하려면 지참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동생들의 지참금을 마련하고 결혼을 시키느라 자신의 결혼은 늦었다고 한다.


가이드는 힌두교를 믿는 인도사람이었기에 힌두인의 관점에서 가이드를 받은 셈이다. 아마, 가이드가 이슬람의 인도인이었다면 또 다른 설명을 들을 수도 있었을 것같다. 가이드와 헤어지고 7박 9일 간 짧은 인도여행을 마치며 일행들에게 인도 관광후 생각나는 단어를 열거해 보라고 했다.


깊은 눈, 먼지와 스모그, 구걸하는 아이들, 무질서 속의 조화, 신들의 나라, 유적이 넘치는 나라, 동물과 함께하는 생활, 인도의 저력, 화려한 색상, 춤과 노래, 아쇼카나무와 님나무, 릭샤,  씹는 담배, 무음주 문화, 코끼리, 소똥과 코끼리똥, 운전수와 조수, 미지의 나라... 등과 같은 단어들이 나왔다.

인도 현지 관광객들과



인도의 현재를 보면 과거 세계 문명을 주도한 나라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지만 영국 지배 이전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영국 200년 지배기간 동안 성장이 정체되어 버린 것이다. 인도 국회의원 샤시 타루르가 쓴 '암흑의 시대'에 따르면, 1750년 인도는 중국과 함께 전 세계 산업 생산의 거의 75%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영국 식민통치 200년을 거친후 1947년 독립할 때는 세계에서 가장 후진적이며 무지하고 병들어 있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반면 영국은 1600년 인도에 동인도회사를 설립할 당시 세계 총생산의 1.8%를 차지했었는데(당시 인도는 세계 총생산의 23% 차지) 200년 통치 후인 1940년에는 영국은 전 세계 총 생산의 10%를 차지하게 되었다.


암흑의 시대 p.377


이런 분명한 자료들이 영국제국의 지배로 인해 인도가 후진국으로 남게 되었음을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국은 한국을 36년 간 지배했던 일본처럼 식민지배기간 동안 인도의 근대화를 도와주었다고 억지를 부린다. 1947년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인도는 이제 획기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의 인도의 저력을 생각할 때 앞으로의 세계는 인도를 중심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모른다.


그리고 6백년 이상의 이슬람 지배와 200년의 영국지배를 거쳐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무시못할 정신세계의 나라가 인도다. 오히려 그들이 인도문화에 영향을 받고 물러났다는 표현이 더 맞아 보인다. 그 만큼 힌두교를 바탕으로 하는 그들 내면에 흐르는 정신세계는 외세의 강압과 폭압 만으로는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그 정신적인 힘은 인도의 미래를 끄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힌두교 3신, 인터넷자료



인도는 힌두교의 나라다. 우리 나라 사람이 만약 힌두교나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하면 이상하게 볼 것이다. 그러면 인도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인가? 아닐 것이다. 이번에 인도를 보면서 지금까지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각종 종교적인 형상들이 이해가 되었다. 각종 형상들은 그 나라의 중심 종교의 형상물에 그 나라의 과거 역사에 따라 기독교,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등의 형상이 섞여서 조각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세계인이 믿고 있는 모든 종교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조금씩 섞여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믿는 종교에 대한 존중은 물론이고 내가 믿는 종교만 옳다는 생각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임서기모습, 인터넷자료


그리고 인도의 힌두교는 인생을 4단계로 나눈다. 첫 번째는 학생으로 배우는 단계이고(학습기學習期), 두 번째 단계는 가정을 이루며 사회활동을 하는 단계(가주기家住期)이며, 세 번째는 처자식 부양과 사회활동을 점차 정리하는 단계(임서기林棲期)이며, 마지막 네 번째 마지막 단계는 세속의 삶은 완전히 정리하고 숲속으로 들어가 다음 삶을 정리하는 단계(유행기遊行期)로 나뉜다. 임서기의 나이가 50세인데 50세가 되면 이미 집을 떠나 수양할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집을 떠나 수양하는 것인데 어쩔 수 없이 가장으로서 사회인으로 의무를 지기 위해 가정에 있는 것이다. 우리와는 삶의 자세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든지 가주기를 더 연장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데 이들은 삶의 목적이 임서기와 유행기에 있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 속에서 사는 그들에게 물욕에 대한 집착에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게 느껴졌던 것이다.


조용헌의 방외지사열전, 인터넷자료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본 인도는 아직은 과거와 현재가 병존하고 빈부차가 극심한 나라다. 아직 생필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좋은 의미로는 마치 자연과 동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여전히 원시적인 삶의 방식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1인당 GDP가 2017년 기준 1700달러 수준(세계145위)이다. 객관적으로는 분명히 가난한 나라이지만 삶에 대한 그들의 태도로 인해 가난하지 않게 느껴진 것 뿐인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IT선진국이라 하면 인도를 떠올리게 하고 미국 실리콘 밸리 엔지니어의 20%가 인도인이란 얘기도 있을 정도로 최첨단 산업을 이끌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과거와 현재의 공존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앞으로 인도의 미래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인도의 개발 후진성과 종교적인 이유로 인해 동물들은 천국인 곳이다. 길거리에서 목격한 동물 만도 낙타, 코끼리, 소, 개, 돼지, 염소.. 등이다. 이들의 삶은 사람의 삶과 다르지 않다.그렇다고 그 동물과 함께 있는 사람이 지옥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들은 자연과 동화되는 삶을 살면서 자연으로부터 자신의 삶에 필요한 최소한을 얻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와 소들


이런 우스개가 있다. 온 지구인들은 인도국민들이 손으로 뒷처리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들이 우리처럼 휴지를 사용하는 순간 전 세계 목재소비의 상당량이 인도 휴지로 없어져 버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찌보면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친환경비데(수동식)를 사용하는 민족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인도관광을 마치며 옛날에 배웠던 인류 4대문명 발상지를 생각해 본다. 인류 문명 발상지는 모두 큰 강을 끼고 있다. 중국 황화강의 황화문명, 이집트 나일강의 이집트문명,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의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강의  인더스문명이 그것이다.  이번에 내가 방문한 곳은 인더스문명이 발생했던 나라이지만 인도의 서쪽인 인더스 강 주변이 아니라 반대쪽인 갠지즈강 중심으로 여행했다.


인터넷자료


4대 문명 발상지중 하나인 인도의 저력을 제대로 보려면 과거에는 인도였다가 지금은 파키스탄이 된 인더스강 주변으로 가서 '모헨조다르'와 '하라파'문명을 봤어야 했다. 그 뿐 아니라 인도 남부의 촐라왕조를 봐야 인도의 과거를 제대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본 인도는 인도 북부 중심으로 이슬람이 들어온 10세기 이후부터 무굴제국 그리고 현대의 인도를 본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아주 짧은 기간.... 또 다른 인도 여행을 상상해 본다.


삶 가운데 있는 죽음, 화장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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