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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Apr 03. 2018

아름다운(?) 구속

돈 들여 구속되는 사람 이야기

최근에 퇴임을 하면서 개인 차량이 필요해진 지인이 큰 맘 먹고 구입한 멋진 외제차를 몰고 나타났다. 날렵한 외관과 안락한 내부 그리고 마치 비행조정실에 있을법한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운전 조작판이 누구나 한번 쯤 이런 차를 몰아 봤으면 하는 생각하게 하는 세단이었다. 


그런데 이 분은 이 차를 뽑고 나서 즐거운(?) 고민이 생겼다 한다. 새 차를 타게되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어디 가서 긁히거나 손상이 갈까봐 조심 조심해서 타게되고 수시로 차량의 내외관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주유소에서 설치된 기계 세차를 하면 차량에 흠집이 생기기 때문에 초반에는 직접 닦기도 하고 손세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한두 번 긁히고 가벼운 접촉사고라도 몇 번 나면서부터는 어지간한 일에도 무신경해지게 된다. 


인터넷 이미지


국산차도 그럴진대, 거금을 들인 외제차이다 보니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그 분의 아내는 새 차를 뽑고나서는 차량 관리로 인해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고 한다. 차량이 조금만 더러워지면 비싼 손세차를 위해 매번 시간을 내서 세차전문가에게 맡기고 또한 주차할 때마다 지하에 한 대씩만 둘 수 있는 주차구역을 확보하느라 기다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지인은 푸념하듯이 자신들이 새 차에 구속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내가 편하게 즐기기 위해 구입한 물질에 내가 구속되고있는 전형적인 모습인 셈이다.


무탄트 메시지 내용중


뉴욕의 여의사였던 저자가 호주 원주민과 함께 원시문명 생활을 체험하면서 적은 '무탄트 메시지'란 책에이런 얘기가 나온다. 원시문명 생활 속에서의 보석의 의미는 문명세계의 그것과는 다름을 체험하면서 그녀는 뉴욕에서 만났던 자신의 환자였던 여성을 생각하게 된다. 그녀는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환자였는데 그 스트레스 원인이 보험사가 자신이 가진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대한 보험료를 8백 달러나 올리려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기술자를 불러 모조 보석을 만들어 착용하기로 하고 진품은 은행 금고에 보관하여 보험료를 낮춤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다. 


재미있지 않은가? 그 보석은 남에게 보여주기(과시하기) 위해 착용하는 장식품일텐데 보험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그 보석을 금고에 두려고 한다는 발상은 전형적으로 물질에 구속된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 우스운 현상이 우리들의 삶 가운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질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늘 지금 가진 것보다 조금 더 낫고 많은 물질에 대한 욕망이 우리 맘 가운데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이미지


수십 억대의 횡령으로 구속되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였다고 한다. 이대통령은 어떤 의미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단지 멋있게 보일려고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그 분 역시 무소유의 삶이 인간이 궁극적으로 가야할 삶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쉽지 않았던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무소유의 기준이 달랐을 수도 있겠다.


요즘은 미니멀리즘이라 해서 너무 많은 물건, 너무 많은 노동, 너무 많은 유혹, 너무 많은 음식 등에서 벗어나 보다 간결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잉의 삶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필요한 것만 갖추고 의미있고 가치 있는 삶에 집중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현상은 바람직해 보인다. 단지 이것이 최근 일본 청년들에게 부는 체념에 의한 행복현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요즘 일본 청년들이 연애도, 가정도, 직장도, 심지어 식사까지도 모두 포기하고도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이어서 적극적인 선택에 의한 미니얼리즘과는 다른 것이다.



바람직하기로는 내가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더 나은 것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음에도 최소한의 것만 추구하는 삶이면 좋겠지만, 더 많은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여유가 없더라도 그 삶에 만족하고 그 삶에서도 꼭 필요한 것만 추구하는 삶을 사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 물건을 사용해야지 내가 물건을 위해 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복권 같은 것에 당첨되어 마음 껏 물질을 향유하고 싶은 욕심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인터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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