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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un 08. 2018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일관성은 있어야 어른이지 않을까?

요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얘기가 한창이다. 문정부가 1년 내내 유지해온 경쟁정책 기조에 대한 논란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한반도 평화 이슈로 인해 선거국면에서 도무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자한당 중심의 야당이 문정부의 심판을 들먹이며 유일하게 공격하고 있는 이슈가 경제 이슈이다. 경제 이슈는 현 문정부 뿐 아니라 매 선거때마다 가장 핫 이슈이기도 했던 것 같다.


우선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면, 소득주도 성장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작년 최저임금 정책도 잘했다고 생각하며 아직 그 성과에 대해서는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1년 남짓한 기간에 경제효과가 나타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새정부의 정책 건건히 야당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새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예산이나 정책들이 1년은 커녕 반 년도 적용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대척점에 있는 경제정책이 신자유주의 기반의 자본(대기업)주도 경제정책이 될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줄곧 유지해온 정책이었는데 아시는 바와 같이 법인 세금을 줄여 기업이 활동하기 좋게 만들면 기업이 고용을 늘여 실업이 줄고 그 결과 서민들의 지출이 많아져 경기가 활성화 된다는 개념이다. 트리클다운(낙수효과) 이론으로 표현되는 이 이론은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분수가 넘치는 것처럼 밑으로 흘러내려 서민들도 잘 살게 된다는 것인데, 우리가 보아왔듯이 기업은 돈을 벌었으나 투자하지 않고 직원의 고용은 줄이면서 임시직과 계약직으로 대체하면서 노동의 질을 하락하면서 실업율은 높아져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태에서 문정부가 이어받았음을 기억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 이미지


그래서 문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란 이름으로 우선 저 소득층의 수입을 늘려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저소득층이 수입이 늘면 바로 소비로 이어지고 소비가 활성화되면 기업도 잘 돌아가니 고용이 일어나게 되고 그 결과 실업이 줄어 경제가 선순환으로 돌아간다는 이론이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상당액의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 주관의 일자리 늘리기인 셈이다. 최저임금제의 도입으로 기업이 힘들어졌다는 쪽도 있고, 고용이 줄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과도기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정도인 것으로 판단되고(이 부분은 처한 입장에 따라 체감 정도가 다른 것 같다), 정부 주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은 국회의 방해로 이제서야 겨우 예산을 확보한 상태로 봐야 한다.


이와 같이 아직 문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방선거와 맞물려 이슈부재의 야당이 이제 막 시작한 것과 다름없는 문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태클을 유일한 프레임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경제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박탈 -> 양극화 악순환"이란 타이틀로 진보 정권인 김대중, 노무현 시대 장관을 지낸 5명이 포함된 전직 장관 10명중 9명이 현재의 소득주도 경제정책을 비판했다면서 대문짝 만하게 기사를 실었다. 10명의 장관 중 5명이 진보정권 시대 장관이니 기사의 객관적 형식도 어느 정도 갖춘 셈이다. 그래서 나는 경제분야 장관을 지낸 분의 말이고 더군다나 진보 장관을 지낸 분도 들어 있어 내 생각을 바꿔야 하나? 란 생각으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 이미지


이런 나의 생각은 평소 즐겨듣는 방송의 모 경제기자의 설명을 듣고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기사에 나온 진보시대 장관을 지낸 분은 진념, 전윤철, 이헌재, 최종찬, 한덕수이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 아는 경제분야의 쟁쟁한 최고의 브레인들이다.(최종찬이란 분은 처음 들었음) 이 중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찬성의견을 낸 한덕수 장관을 빼면 네 분이 부정적인 의견을 낸 셈이다. 보수정부 장관 5명을 포함하면 10명 중 9명이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정책에 반대 의견을 낸 셈이다.


이분들은 현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다. 모두 경제 분야 장관을 지내신 분들이라 이런 분들어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다. 더군다나 현재 문정부와 색깔이 같았던 진보 정부의 각료를 지내신 분의 목소리니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듣는 이에게 더욱 신뢰감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모 경제기자의 설명을 듣고 이 분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하며 불신하게 되었다.


"소득 주도 정책은 허상이다"라고 했던 진념 전 장관은 소득 주도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현 정부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2년 연속 2자리 인상(16.6%, 12.6%)을 한 분이라 한다.(참고로 지금까지도 야당이 문제 있다고 공격하고 있는 작년 최저임금 인상율은 16.4%였다.) 그때는 왜 그런 정책을 폈고 지금은 왜 안되는 걸까? 당시 진념 장관은 기획예산처 장관, 재경부 장관이었다. 그 당시는 왜 그렇게 정책을 폈을까? 일관성이 없는 말을 한 것이다. 생각이 바뀌었으면 그런 설명이 먼저여야 하는데, 아무 설명없이 한 입으로 두 가지 말을 한 것이다. 



전윤철 전 장관은 "소득 주도 정책은 과거 절대 빈곤 시대에나 통했을 정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분은 1966년에 행정고시에 패스하여 경제 정책 핵심 부서를 다니면서 경제 정책을 펼쳤던 분이다. 그 당시야말로 우리나라는 절대 빈곤에 처해 있을 때다. 그 당시 우리나라 정책은 잘 아시다시피 대기업 위주 정책을 폈다. 나라가 가난할 때는 우선 몇 개의 큰 기업이라고 성장시켜 나라 전체 경제를 이끌게 하는 정책을 펴는 법이다.(그 결과 우리 나라도 어느 정도 잘사는 나라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근데, 이 분은 그 때는 소득주도 정책을 해야한다는 말 한마디 안(못)하다가 지금에 와서 그런 얘기를 하면 이 분의 경제정책은 논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류에 편승해서 갖다 붙이는 사람으로밖에 볼 수 없다.


여기서 전윤철 전 장관의 견해에 대한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정태인소장의 반론을 소개하면 이렇다. 


정태인 소장 발언 내용


그리고 노무현정부 초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씨는 장관직을 마치자 마자 새누리당에서 공천 받고 안양동갑에 출마하여 이석현 의원에게 계속 패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진보정부 장관을 지냈을 뿐이지 뼈속까지 보수적인 사람이다. 진보 정부의 장관이라고 얘기하기 힘든 사람이니 논의 대상도 아닌 셈이다.(이런 분들을 포함해서 언론은 교묘하게 국민을 호도한다.)


그리고 마지막 이헌재 장관은 "정부가 다 해주겠다는 도그마에 빠져"라고만 되어 있어 구체적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 어떤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생각은 누구나 다를 수 있고, 이 분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분들은 한 나라의 경제를 이끌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분들은 실물 경제 뿐 아니라 경제학 이론분야에서도 학자 수준의 나라 어른이라고 할 만한 분들이다. 이런 분들마저도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일관성 없는 발언을 함부로 한다면 어떻게 이런 분들을 어른들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이 시점에 소득주도 성장을 택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역사가 알려줄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국가 지도자급에 있었던 어른들이라면 그리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논평이라면 적어도 일관성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보통 국민의 생각을 몇 자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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