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다 그렇게 죽는다.
"원희야, 너 정말 답답하다. 내가 얘기하는 건 팩트야! 너 똑똑한 줄 알았더니 걱정이다. "
정치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답답해 하면서 나를 걱정(?)해주는 고등학교 친구의 문자다. 그래서 나도 나름대로 공부하고 얻는 정보를 판단한 건데 나의 정보는 틀렸고 너가 가진 정보는 팩트라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니? 라는 질문에 친구는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직접 듣는 얘기니까 정확한 정보란다. 미국 언론들은 모두 좌파가 되어 버렸고, 한국 주류 언론들은 하나도 믿을 수 없다며(이건 나도 쬐끔 생각이 비슷하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북침'을 가르치고 있고,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 처형에 장사포 100발을 쏜 것도 알고 있냐고 물었다. 몇 번 더 문자가 오가더니 그냥 서로 터치하지 말고 자기가 믿는대로 살자며, 너는 좋은 친군데 안타깝다며 언젠가 진실이 밝혀 질 거란다고 말하고는 뜸해졌다.
나는 이런 친구의 모습을 보며 '신천지' 종교집단을 생각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있었더라면, 과연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믿는 자신이 속한 종교는 옳고 다른 이가 믿는 종교는 틀리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단은 항상 주류가 비주류를 향한 말일 뿐이다. 만약, 신천지 교인이 전 세계 인구의 1/3정도로 세력이 확장되었다고 가정하면 어느 쪽이 이단이 될지 금세 알 수 있다.
전광훈을 신처럼 믿는 사람들 집단, 문선명씨를 그렇게 떠받는 종교집단 들 역시도 우리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그 속에서 행복(주관적인 행복)하게 살다가 죽으면 행복한 삶이 아닐까? 그들을 답답하다며 안타깝다고 얘기하는 것은 내 고등학교 친구가 나를 향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정치적인 이념도 비슷하다. 개인의 이기적인 정치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그럴듯한 미사여구에 속아서 넘어가든 아니면 열심히 공부해서 옳다고 믿는 정치적 신념을 갖든 별반 다를게 없는 것 같다. 상대에게 피해만 주지 않고 평생 자신이 믿는 종교처럼 옳다고 믿으며 행복하게 살면 나름대로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줘야할 것 같다.(아마, 나도 그렇고 우리 친구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광신도들이 예수 재림일이 지나도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를 대며 다시 뭉치는 것처럼(극단적인 경우는 행복하게 집단자살을 하기도함), 그들이 믿는 정치적인 사실이 다른 사실로 드러나도 곧바로 자신의 신념에 맞도록 수정해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들(특히, 종교와 정치)에 대해서는 애써 그들이 틀렸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믿는 '신'은 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 모두 또 다른 신천지 신도들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자기가 믿는 세상 외에 다른 세상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그 인생도 나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출처 : 조인어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