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마마보다는 물론, 현대의 모든 병보다 더 무섭다
대학생들에게 최고의 신문으로 평가받는 대학 내일의 20대연구소에서 자문해서 만들었다는 꼰대성향을 측정하는 사이트가 있어 들어갔다가 3등급(5등급이 최고 수준의 꼰대)을 받아 들고, 이것 제대로 된 조사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꼰대는 남들이 꼰대라고 가르쳐 줘도 받아들이기 힘든 병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꼰대인 것을 자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꼰대병은 참 무서운 병이다. 왜냐하면 평생 그것이 병인 줄 모르고 살다 죽기 때문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 해서 죽을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꼰대병도 그것처럼 스스로는 증상을 느끼기 힘든 무서운 병이다. 이 병은 걸리면 혼자 앓다가 마는 것이 아니라 이번 코로나19처럼 다른 사람을 아프게 만든다. 코로나 19는 자신이 감염원이라는 것을 알면 조심이라도 하지만, 꼰대병은 자신이 감염원이라고 알려줘도 죽을 때까지 아니라고 하면서 사회생활을 한다. 꼰대병에 걸린 사람이 권력과 재물까지 갖게 되면 주위사람들이 호응하고 부추겨 주기 때문에 증상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꼰대짓을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꼰대는 영국 BBC방송에서 오늘의 단어에 상정할 만큼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BBC는 '꼰대(KKONDAE)'를 '자신은 항상 옳다고 믿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나이 든 사람'이라고 했다는데 다양한 면에서 우리나라는 K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특히 꼰대병에 걸린 사람이 많은 것은 다른 나라보다 짧은 기간에 압축 성장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의식 속에 스며든 경쟁과 서열주의, 집단주의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런 사회 전반에 흐르는 정서로 인해 세대 전반에 걸쳐 꼰대병이 발견된다.
그래서 학교에서 만나는 젊은 학생들에게도 이 병을 조심하라고 얘기한다. 젊은 사람이 덜하기는 하지만 이 병은 나이와 관계없이 걸린다. 한 살이라도 더 먹었다고 거들먹거리다가는 바로 걸리는 병이다. 그래서 꼰망주(꼰대 유망주), 꼰대가르송(30~40대 젊은 꼰대 상사를 지칭하는 말)과 같은 젊은 꼰대를 가르키는 용어도 생겼다. 지속적인 자기 성장과 성찰이 없으면 자신도 모르게 학생들이 손가락질 하는 그 꼰대로 서서히 변해갈 것이라고 위협해 둔다.
이 병은 스스로는 진단할 수 없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전해주는 진실한 목소리를 듣는 수밖에 없는데, 꼰대병에 걸리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니 스스로 진단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병이다. 이 병을 극복하려면 나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고 가정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보다 나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분별하여 수용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공감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 모든 처방이 이미 꼰대가 된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처방들이다. 정신병 환자가 약을 먹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꼰대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유일하게 낫는 경우는 충격적인 상황을 당했을 때다. 죽음을 앞 두게 되거나,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손가락질 했던 상대의 입장이 되어 버리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공감하게 되면서 비로서 꼰대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이렇게 하고 나서야 꼰대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그냥 생긴대로 살겠노라며 아무 생각없이 내 마음대로 살겠다고 결심했다면 밖에 나와서 사람들을 접촉하지 말고 자가 격리한 상태로 살면 된다. 공동체 속에서 서로 부대끼며 이웃을 느끼며 후배들과 어울려 살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끊임없이 꼰대병을 물리치는 노력을 해야한다.
꼰대 3등급이 꼰대병을 말하니 꼰대스럽습긴 하지만, 더 중증 꼰대병 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기 정진을 게을리 말아야겠다는 결심으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