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달라! 정말 우수한 국민이야... 최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가끔 들려오는 이런 얘기들이 기분 나쁘지는 않지만 별로 좋게 들리지도 않는다. 전형적인 민족우월주의에서 나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개인으로 적용해 보면 그 느낌을 금방 알 수 있다. '나는 달라, 나는 역시 우수한 사람이야...' 어느 민족이든 우수한 사람도 있고, 우수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지 특별히 우수한 민족이 어디 있겠는가?
이 말도 틀렸다. 무엇을 우수하다는 기준으로 볼 거냐는 문제가 남는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경제적인 기준이나 국제수학경시대회 성적, 노벨상 수상 기준 등인데, 노벨상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 민족은 탈락이다. 경제적으로 봐도 지금 좀 살게 되었지만 과거에는 찌질이도 못 살았다. 같은 민족이지만 가난한 북한 사람을 보면 경제적 기준이 우수 민족이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유일하게 남는게 아이큐인데 우리나라 아이큐는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얘기가 많다. 조사결과를 보면 선진국일수록 높고 후진국일수록 낮다. 그러면 잘 살게되어 학습여건이 좋아져 아이큐가 높은 건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아이큐가 높으면 우수 민족인건가? 이건 다른 문제다. 그래서 우수한 민족, 우수한 사람이란 구분 자체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봐야 한다.
세계사적으로 우수하다고(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평가 받는 민족이나 나라들을 만들어 준 유일한 기준이라면 그들이 위치한 지역의 환경 정도가 아닐까 싶다. 총균쇠를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생각처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북반구에 사는 민족들이 상대적으로 나은 환경 속에서 운좋게 살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좋은 환경 속에 사는 덕분에 더 빨리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 세계사적으로 유명인물이 더 많이 나오게 되었고 그로인해 우수한 민족으로 불려지는 민족도 북반구에 더 많이 포진하게 된 것뿐인 것이다.
역시 독일민족을 달라, 역시 일본민족은 달라...이런 생각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다. 지금도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호시탐탐 이런 생각을 부추기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트럼프다. 하얀 색깔의 미국민은 다르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 속에 가득 차 있거나 적어도 그렇게 드러내는 것이 자신의 자리 유지에 도움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테러나 인종간 혐오를 서슴치 않기도 한다.
우리 한민족이 세계의 중심이 될 거라는 둥 각종 이론을 들먹이는 분들이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두렵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에는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을 지배하는 상상을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상층부의 몇몇은 세속적으로 누리면서 살지 모르지만 민초들은 달라질 게 전혀 없을 것이다. 민족끼리 증오만 쌓이게 될 것이고 상층부의 조종에 의해 서로 죽이고 죽이는 비극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상당히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도 우리 민족이 우수하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혹은 나라 차원의 국가이기주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관대하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더 위험한 것이다. 이런 생각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는 상태로 빠지면서 스스로 자기논리를 합리화 하면서 가속화되고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면서...
지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부분은 대체로 그만큼 잘 살게 된 연유로 보면 된다(감사한 일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스포츠를 잘하는 것도 모두 자본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좀 잘 살게 되었다고 우수한 민족으로 착각하면서 살고, 남보다 잘난 사람으로 생각하고 사는 것은 자유지만, 그 생각으로 다른 나라,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업신여겨서는 안된다. 그것은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죽이는 짐승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길이기 때문이다.
더 우수한 민족이란 없다(아니면, 없는것 같다). 모든 민족은 모두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로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운 좋게 좋은 환경이 살고 있음에 감사하면서 보다 못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