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모임이 너무 편해서 좋아"

부담스런 모임을 즐겨보자!

by 이원희

"나는 이 모임이 너무 편해서 좋아!"


연말이 되면서 각종 모임이 많아졌다. 사실, 매일 매일이 모여서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므로 12월이 된다고 해도 별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만들어 놓은 한 해의 개념을 무시하기에는 세상 모든 시스템이나 프로세스가 거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쉽지 않는 일이다. 가령, 내가 아는 지인의 경우는 매년 4월말이 연말이라고 한다. 기업의 모든 프로세스가 그렇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기업은 6월말이 기업회계의 마지막인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보면 사실 연말도 연속적인 하루 하루에 불과하기 때문에 애써 의미 부여를 하지 않으면 그 뿐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1년 내내 바쁘게 돌아가고 나이가 들면서 여러 관계가 많아지다 보니 이렇게 해서라도 한 번씩 점을 찍지 않으면 몇 년씩 못보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어 한 번씩 정리하는 차원에서는 좋은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저런 모임이 많아지는 것은 살면서 여러 측면에서 많은 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친인척 모임에서부터 학업과 관련되는 동창과 써클 모임이 가장 기본적인 모임이고 여러 직장을 거치는 동안 생긴 모임들과 같이 자신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기는 모임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취미생활이나 자신이 가진 철학이나 특기 등을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만들어지는 자신의 노력에 의한 모임들도 있다.


이런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어떤 모임이든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의 이익에 부합될 때만 참석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어떤 모임이든 자신의 부각되는 모임에만 참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모임일수록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냥 쪽수만 채워주기 보다는 내가 스타가 되는 모임이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세번째 얘기한 부류의 사람인 경우는 늘 자신 중심으로 세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다른 참석한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류에 해당한다.


또, 자기 이익에 부합될 때만 참석하는 부류도 환영받지 못하는 부류에 속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원수를 채워주는 역할을 해서 주최측 입장에서는 고맙기도 한 부류다. 또 그 동안 늘 만났던 사람에게서 나오기 힘든 새로운 스토리로 잊혀졌던 과거를 되살리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들 중에는 영업을 하는 일을 하게 되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자녀의 결혼이 있을 주변에 나왔다가 다시 안나오고 둘째 자녀가 결혼할 때쯤 다시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는 부류가 모임에서 제일 환영받는 사람일텐데, 여기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도 한계는 있다. 나같은 경우가 그런 편인데 모임이 많아지면서 모임이 겹칠 뿐 아니라 모든 모임에 참석해서 열정을 보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내가 책임을 맡고 있지 않은 모임은 최선은 다하되 가지 못할 경우가 생기면 반드시 문자로 알려주는 등으로 의무를 다하려 한다. 기다리지는 않겠지만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러한 여러 모임을 참가하다 보면 모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어차피 서로 바쁜 시간들을 쪼개서 만나는데 살아있는 것만을 확인 하고 그냥 편하기만 한 모임이 아니라 그 모임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특히 일년에 여러 번 모임을 갖는 모임에 참가할 때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편한 모임은 편한 모임대로 의미가 있다. 각박하고 치열한 사회 생활 가운데, 과거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면 공통점이 있어 좋다. 그리고 조금씩은 흐트진 모습도 양해가 되고 허물이 없어 좋다. 현재 사회의 부나 직책에 관계없이 서로 야자하면서 말을 틀 수도 있고 어떨 때는 욕도 하면서 과거의 허물없던 때를 되살릴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이런 편한 모임이 너무 잦은 경우에는 다른 생각이 든다. 어렵게 시간 맞춰 모이고,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고 늘 동일한 과거 얘기를 들춰내어 떠들고 현재의 아들 딸 자랑하다가 그리고 다음 모임을 결정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모임 순서도 비슷하다. 어디 대화하기 좋은 적당한 장소에서 식사하고 이동하여 차 한잔 하는 순서다. 남자들끼리 모이는 모임에서는 식사 하면서 한 잔하다가 2차로 호프나 커피 한 잔 한잔하는 순서로 정형화 되어지는 것 같다.


이런 모임에는 발전이 없다. 과거는 비슷하지만 살아온 세월이 너무 달라져 서로에게 편함을 주는 이상의 모임이 되기 어렵다. "우리가 남이가"와 같이 끼리끼리 모임 밖에 안된다. 어차피 모임에 참가할 수 있는 여력이 한계가 있다고 하면 그 귀중한 시간을 과거를 회상하여 향수에 젖는 모임 만으로 채우기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현재를 확인하는 모임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모임을 즐겨야 한다. 그냥 생겨지는 모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들고 함께 하는 모임, 같은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나이를 초월하고 같은 생각만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의 모임을 즐기려 해야 한다. 어차피 제한되어 있는 모임 풀에 이런 모임이 많아질수록 자신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대신 이런 모임을 불편하다.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모이는 사람 모두가 주체가 되어 서로에게 기여를 해야 존재가 인정되는 모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전도 따르는 것이다.


제일 편하려면 아무 모임도 참석하지 말고 그냥 집에서 지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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