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 같지 않으니까...
정말 감동적인 책이라며 읽어 보라는 분들이 있다.
또, 어떤 분들은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기도 한다.
책은 추천받기도 어렵고 추천하기도 어렵다. 수준과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무리 감동받았던 책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실망할 수 있다.
사람들마다 살아온 길이 다르고 경험과 공부했던 내용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도 어떤 사람에게는 지루하고 읽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가끔 모두가 공감하는 책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렇지만 베스트셀러는 평균적으로 좋은 책이지 아주 좋은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읽기 편하고 무난한 책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가깝다는(?) 가족들에게 책을 권하는 것도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책을 읽다보면 아주 유익한 책이라 생각되어 가족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는 책이 있다. 그렇지만 그 책을 가족들에게 읽게 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배우자와 나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그간 살면서 경험하고 익혀온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녀와는 세대차도 서로 공감하기 어려운 큰 장벽이 된다.
이렇게 책 읽게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지인 중에 한 분은, 본인이 읽고 너무 좋은 책을 자녀에게 권하면서 그 책을 조건으로 상당한 금액의 용돈을 제시하기도 한단다. 그 용돈을 주더라도 그 책을 읽기만 하면 그 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내가 30대 시절, 아내와 한참 티격태격 하면서 어려운 결혼 생활을 할 때다. 그 당시 회사를 통해 읽은 책 중에 내용이 너무 좋아 아내에게 권한 적이 있다. 아내는 그냥 무성의하게 그러겠다고 하고서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 그리고는 잊어버렸는데, 최근에 아내가 나에게 책 한 권을 권했다. 너무 좋다면서 한번 읽어보라고... 그 책은 내가 과거에 읽어보라고 했던 그 책이었다.
책이란게 권한다고 쉽게 읽혀지는게 아니다. 평소에 책을 자주 읽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읽어야 할 책이 쌓여 있을 뿐 아니라 늘 현재 하는 일로 바쁘기 때문에 그 책을 읽을 시간을 따로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평소 책을 가까이 하지 않던 사람에게 자신이 권한 책을 읽게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게 읽히는 고전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시대에 따라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에 대한 나의 감흥이 세대가 다른 자녀나 손자가 느끼는 감흥과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성공하는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코비 박사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코비 박사가 인생을 살면서 본인이 17살때 읽은 책 권이 자신의 인생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자녀도 그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자녀의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고 한다. 그의 자녀가 자신이 그 책을 읽었던 나이가 될때 까지 기다렸으나 관심조차 두지 않길래 이런 저런 연유로 이 책을 꼭 읽어 보면 좋겠다고 설명을 해서 읽게 했지만 자신이 가졌던 그 감동을 자녀는 전혀 느끼지 못함을 보고서는 피를 나눈 혈육이라 하더라도 사람은 서로 다르고 받아들이는 것도 같지 않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 처럼 남에게 책을 추천하는 일도 힘들고 책을 읽게 하는 일도 힘들지만, 요즘 나는 다른 분들이 좋은 책이라고 하면 일단 메모부터 한다. 그리고는 구매할 독서목록에 저장해 두고 책을 구입할때 최종 구입여부를 결정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상대가 그렇게 추천하는 책은 분명히 그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추천할 정도면 분명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명사가 추천한 책도 저장해 두고 읽어 봐도 반반이다. 한비야씨의 '그건 사랑이었네'란 책의 후반에 가면 독자들에게 권하는 도서 목록 100가지인가 나온다. 그 책 중 몇 권을 읽어 보았지만 한비야님이 말하는 정도의 감동이나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한비야님은 학창시절부터 매년 100권이상의 책을 읽은 분이기 때문에 나와는 독서 수준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그 분에게는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고 감동적인 책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같은 책도 어릴 적에 읽은 책을 다시 읽어보면 완전히 새로운 느낌과 관점에서 보게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자신의 수준에 따라 책이 주는 감동이 다르다. 명사가 권한 책이 나한테 어렵거나 도움이 안된다면 내 수준이 아직 미흡하거나 관심사나 가치관이 달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쨌든 지인이 추천해 준 책을 읽는 것은 그 지인과의 엄청난 공감대가 하나 더 생기는 일이 된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추천한 책을 위한 시간을 쪼개보려고 한다. 가능하면 나의 가치에 맞는 책이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 책들도 나의 생각에 균형감각을 기른다는 차원에서 도전하려 한다. 그게 성장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이 자꾸 쌓여 간다. 책은 냉장고 음식 쌓이는 것과는 다른 흐믓한 느낌이 있다. 그렇더라도 언젠가 막연히 읽겠지... 하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렇게 할바엔 지금 당장 냄비 받침으로라도 사용하는게 낫다. 책이 쌓인다는 것, 나이 들어서도 할 일이 있다는 것과 동의어처럼 느껴져서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