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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May 12. 2016

자녀의 교제와 부모

단지 우리 아들을 좋아해준 그 딸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나는 아들 만 둘이고 둘 다 20대 후반이다.

큰 아들은 7년 가까이 교제하는 여성이 있어 올해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


요즘 장성한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자녀의 교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자녀들이 사춘기를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이성과의 교제를 시작한다. 이때 대부분 부모들이 겪는 충격(?) 중 하나가 과거보다 훨씬 개방적인 이성교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하는 고민일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때 부모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해외여행을 가려는데 자신의 여친과 같이 가도록 허락해 달라는 아들의 요청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으며,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돌아 왔는데 자녀와 여친이 아주 편한 차림으로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 했을때 부모는 어떻게 대응해야 좋은 걸까? 그래도 부모에게 허락을 받고 가려고 하는 태도와, 바깥에서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칭찬해야 할까?


"너도 다 컸으니, 친구를 사랑하는 만큼 그 친구의 몸도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서로 책임있는 행동을 하면서 예쁘게 사귀도록 해라." 이렇게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얘기치 못하게 일어난 현실에 당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장성한 아들 딸을 가진 대부분의 부모들이 맞닥뜨릴 일임에는 분명하니 미리 대응 준비를 해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내 아들, 딸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라 장담하지 마시라! 우리들이 젊었을때 지금의 배우자와 교제하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예견될 것이다)



이렇듯, 이전보다는 결혼에 이르기까지 훨씬 더 쉽게 많은 이성과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나는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선보고 바로 결혼한다던가 한 두 번의 교제로 바로 인생을 담보하는 결혼으로 연결되는 것은 요즘처럼 헤어지는 일이 쉬운 사회 분위기에 이혼율만 더 높아지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도 인도와 같은 경우는 부모간의 합의에 의해 맺으지는 결혼이 많이 이루어지고, 이혼율도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 국가에 비해 훨씬 낮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회의 카스트 제도와 같은 관습이나 환경의 영향이 큰 것이지 맞선 형태의 결혼이 이혼을 줄이는 더 도움되는 제도라고 얘기하는데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결혼이란 인륜지대사로 여겨질 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알다시피 결혼은 당사자 두 사람 뿐 만의 아니라 가정과 가정의 결합으로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과 결혼하느냐에 따라 그 집안의 분위기도 판이하게 달라 질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자녀가 어떤 사람과 교제를 하느냐는 부모의 큰 관심사항이어야 할 뿐 아니라 어느 정도 간섭도 할 수 있어야 하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부모가 그들의 교제에 영향에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내 경험으로는 부모가 자녀들의 교제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잘(?) 되기를 바라면서 지켜보는 것 외는 없다.


일전에 나는 아내와 자녀의 교제를 얘기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의 자녀가 어떤 여성과 교제를 하고 그리고 어떤 여성과 결혼 하느냐에 따라 부모인 나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혼이 확정되기 전이라 아들이 교제하는 여성에 대해서 그냥 무덤덤하게 지켜보는 입장이었는데, 7년 가까이 교제를 하고 있는 아들의 여친에 대한 나의 태도가 아내는 못마땅했듯 것 같다.


아내는 아들의 교제에 대해서 부모는 '내 아들을 사랑해주는 것' 그것 만으로 감사할 일이라며 두 사람의 교제를 기뻐하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면서 옛날 얘기를 꺼냈다. 지금 아내와 대학교 시절 교제할 때 부모께 인사 드릴때 이야기다.


당시 아내는 호남지역에서 자랐지만 영남지역으로 공부를 하러 왔다가 나를 만나게 되었다. 우리 집안은 전통적인 유교집안이었지만 아내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또한 아내는 당시 이미 부모를 여읜 상태로 형제들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영남의 전통적인 가풍의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전라도 여성, 독실한 기독교인, 부모가 없이 어려운 가정 속에서 자란 여성을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라는 단 하나의 이유 만으로도 기뻐게 받아 주셨지 않았느냐고 했다. 나는 아내의 그 말을 듣고 부모 입장에서 그럴 수 있었겠다란 생각을 하면서 지금은 모두 돌아가신 부모님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렇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좋아해 주는 여성, 그것만으로 지금의 아내를 기쁘게 받아 주셨던 것이다. 그런 얘기를 주고받는 동안 나는 지금 자녀들의 교제에 대한 나의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내 자녀를 좋아해 주는 그 자체만으로 감사하고 응원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하면서, 둘이 잘 지내기를 축복해 줄 뿐 부모가 희망하는 어떤 조건이 그들의 교제에 조금의 걸림돌이 되어서도 안되겠다고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아들들의 교제를 지켜 보니 너무 보기 좋다. 그냥 감사 할 뿐이다. 우리 아들들을 사랑해 준 그 딸들이 그저 고맙고 사랑스럽다.


유일하게 자녀의 교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평소에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려 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자녀에게 현재의 교제하는 여성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방법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현재의 자녀선택을 믿고 지켜보는 수 밖에 부모가 할 일은 없다. 그리고 어떤 선택이든 그 책임은 그 두 사람의 것이지 부모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단지 우리 아들을 좋아해준 그 딸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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