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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Nov 07. 2016

5%, 비합리적인 소비의 결과

사람에 대한소비(선택)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올해는 아내의 일정으로 함께 휴가를 보낼 수 없었다.


연말을 보내기 전에 가까운 곳에라도 다녀 오려고 해외패키지 여행상품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동남아 지역 한 곳 여행비가 198000 - 569000원까지 거의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두 사람 기준으로 보면 70만원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같은 상품이기 때문에 호텔과 먹거리나 옵션에 따른 차이가 아니다. 그냥 언제 가느냐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난다. 호텔과 먹거리, 옵션까지 감안해서 보면 인당 여행비가 90만원까지 이른다. 대체로 방학이 시작되거나 연말연시 공휴일 전후에 여행비가 올라간다. 비수기와 성수기의 비용차이가 이렇게 크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생각하게 된다. 합리적으로 소비하려고 노력하면 같은 해외여행을 하더라도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큰 회사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퇴임 후에는 모든 비용이 나한테서 나가다 보니 아무래도 좀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된다. 가능하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승용차 주유할 때도 조금이라고 싼 곳을 찾게 된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이전 같으면 새로운 폰이 나오자 마자 갈아치우기 바빴는데 지금은 계약기간이 지난 폰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집 안에 사용하지 않는 쓸 만한 물건들 중고장터에 내놓아 팔아서 현금화 하는 등 이렇게 합리적인 소비와 지출을하려고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늘 합리적인 소비에 실패하곤 한다. 남에게 보여주고 과시하고 싶은 욕망에 따른 소비는 분명히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마케터들의 현란한 유혹과 상품의 내용보다는 이미지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어떤 물건을 사기 전에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기능과 가격을 알아보고 고민하지만 막상 구매할때는 즉흥적인 소비가 일어나고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난 뒤 후회하곤 한다.  


이런 결과로,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 중  상당수는 과소비 를하였거나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것인데 갖게 된 경우가 많다. 이렇듯이 나는(우리는?) 나도(우리도) 모르게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된다. 이처럼 합리적인 소비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일찌기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란 분은 '소비의 사회'란 책에서 현대사회 사람들의 소비행태에 대한 통찰을 얘기해 주었는데, 현대인들은 상품의 본래 용도인 본질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수백 만 원 하는 명품백과 몇 만원 하는 짝퉁백을 가지고 실험을 했을때, 짝퉁백이 겉모습을 분간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더 질기고 박음질도 좋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은 명품백을 더 선호하고 거기에 더 많은 값을 지불한다. 가방의원래 목적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짝퉁백을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우리는 명품백이라는 그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그 속엔 그 이미지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또, 우리가 옷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옷의 기능과 내구성을 보고 소비하기 보다는 그 디자인을 보고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옷 그 자체의 용도가 아니라 그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실생활의 많은 소비에는 그 실체보다는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소비가 가장 심하게 일어나는 곳중 하나가 정치현장이 아닐까?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 힘든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사람을 판단하는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사람의 살아온 이력이나 평소 행동을 가지고 판단하는것이 그나마 판단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정치현장에서는 그런 부분은 이미지를 형성하는재료로 쓰일 수는 있겠지만 크게 필요치 않다. 없던 이미지도 돈만 있으면 쉽게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매스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 커졌다. 그 사람의 됨됨이와는 관련이 없다. 보여주는 이미지에 의해 정치적인 소비(선택)가 일어난다.


말했듯이, 이미지메이킹은 돈과 직접 관련이 되어 있다. 아무리 문제가 있는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인 방송과 통신 언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 모두 돈으로 움직여지기 때문에 돈만 있으면 그 이미지를 대중이 열광하는 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 우리는 그 이미지를 보고 그 정치인에 투표하여 소비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투표행위에 의한 소비를 내 물건에 대한 소비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쉽게 비합리적으로 소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적인 투표행위에 의한 소비는 돈이 들지 않아서 그럴까? 그렇지 않다. 우리의 투표행위는 세금이라는 엄청난 가격의 물건에 대한 소비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비싼 물건을 사면서 우리는 정치인의 이미지만 보고 너무나 쉽게 소비를한다. 심지어 어떤 이는 기권을 함으로써 남이 결정해 주는대로 소비한다. 그렇게 하고서는 나중에 남이 선택해서 구입한 물건이 잘못되었다면서 시위를 하곤 한다.


정치에서는 이미지만 보고 소비한 그 댓가는 우리들이 제품에 소비하는 것과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큰 후유증이 남는다. 우리들이 소비한 제품이야 다소 잘못 구입해도  버리거나교체하거나 다시 사면 된다. 그러나 정치인들에 대한 선택(소비)는 그 영향이 훨씬 더 지대하다. 어떤 정치인은 우리가 지불한 돈(세금)으로 어떤 정치인은 국민을 안전하게 해주고 윤택한 복지로 보답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정치인은  부정 부패를 하고 나라를 말아 먹기도 한다. 또 어떤 정치인은 자신의 잘못을 우리가 낸 세금(경찰)으로 덮어 버리고 돈을 낸 우리의 목숨을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정치적 소비는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정치적인 소비(투표) 때만이라도 이미지에 좌우되지 말고 그 사람의 평소 삶의 모습과 됨됨이를 '직접' 살펴보고 소비(투표)해야 한다. 엄청나게 비싼 물건을 사는 것 이상으로 고민에 고민을 하고 소비해야 한다. 돈으로 매수된 자들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만 가지고 소비했다가는 지금처럼 5%짜리 정치인을 소비한 꼴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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