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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Dec 06. 2016

여전히 개, 돼지로 보고 있다

국민들 생각 만큼만 반영해 주면 좋겠다.




여전히 개, 돼지로 보고 있다.


지난 번에 교육부에 고위관료 중 한 분이 기자 앞에서 "민중은 개 돼지"라고 발언했다가 파면 당한 일이 있었다. 그 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분의 생각이란데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런 사고를 가진 분의 머리에서 나오는 교육정책에 우리 자녀들의 백년대계를 맡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한편, 그런 생각이 그 사람 뿐이었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대다수 그런데 그 분이 운이 없어 그렇게 된 것은 아닌지 엘리트 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최근 국회의원의 행태를 보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국회의원!

우리나라 5800만 국민 중에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 할 만 하다. 대중적인 인기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학.경력으로도 내노라 할 만한 분들 중에서 선출된 사람들이다. 물론, 이 분들이 두뇌의 순으로 뽑히는 것도 아니고 일잘하는 순위로 뽑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평균적으로는 일반 국민들에 비해서는 월등하게 우수한 집단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이들 300명은  5000만 이상의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의 일을 대신 하는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야 국민이 원하는 비율 만큼의 생각을 행정부에 전달해서 정치하는 것이 맞겠지만 아무래도 대다수의 5천만 국민보다야 똑똑한 사람들이니 그들의 현명한 판단을 섞어서 정치를 한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국민의 생각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우리를 개 돼지로 아는지 알 수 있다. 국민을 개 돼지로 여기기 때문에 국민의 생각보다는 현명한(?) 자신들의 생각을 더 반영해서 행동하는 결과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여러 여론 조사 기관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이고 부정적인 평가도 90%를 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도 비슷한 비율로 반영되어야 국민이 그들을 믿을 수 있는데, 현재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회의원의 찬성의견 비율은 60%에도 못 미친다. 아무리 개 돼지보다는 나은 국회의원님들의 판단이라 하더라도 70~80% 정도로는 탄핵하겠다는 비율이 나와야 하는것 아닐까? 그런데 여전히 특정 집단의 의사결정에 따라 70%선 넘을지 모를지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잘난 국회의원들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통령(사실은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행동이겠지만)조차도 개 돼지로 여기는 우리보다 못해 보이는 것들의 지시에 의해 놀아난 걸 알았으면 이제 정신 차려야 할텐데, 여전히 우리를 개 돼지보다 못하게 보고 있는지 좌고우면 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광장에 나온 사람이 200 만이라 해 봤자 전국민의 5800만의 3.4% 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것도 수많은 과격 시민단체나 종북 단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들은 3.4%를 제외한 5600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표현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면 안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숫자의 96%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그들이 말하는 과격 시민단체나 종북단체 만을 표본으로 조사한 것인가? 이렇게 얘기하면, 이번에는 여론조사기관과 종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현재 종편들은 모두 좌파라며 좌파 시각의 보도만 한다고 한다. 여론조사기관 또한 이념에 따라 조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박대통령의 지지율이 60%가 넘었을때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그냥 현실이 믿기 싫은 것이다.


그것도 아주 좋은 대학 나와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 때는 대책이 없다. 그 분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시험 문제가 나왔어도 그런 식으로 문제를 풀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다른 일을 할 때는 논리적이고 명석하고 이성적인 사람들이 정치적인 이슈에서는 자신이 정해 놓은 생각 이외에는 어떤 객관적인 상황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측은하게 마저 느껴진다.


어떤 이는 광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친북, 종북단체들에 의해 조정받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분명히 그런 단체들이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그런 단체에 소속이 되어 현재의 이 상황에 편승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은근슬쩍 보태보려는 세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꾸 외면하려 한다. 아마 그랬더라면 국민들은 금세 실망하고 촛불이 사글어 들었을 것이다. 솔직히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김정은 독재정권에 자발적으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미 국가시스템에 대한 경쟁은 끝난 얘기인데도 자꾸 그런 주장을 반복한다.





어떤이는 광장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매도 하는데, 도대체 빨갱이의 실체가 뭔가?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 엄마 아버지는 실아계시면 100세가 됩니다. 낙동강 아래 함안군 이지만, 창원으로 피난을 가는데, 할머니가 집에 남겠다고 우겨 아버지가 같이 남았습니다.



미군이 우리 동네로 들어왔고, 집에있는 아버지께 영어로 몇마디 하다. 총을 쏘았는데 귀위 오른쪽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습니다. 군인 중에 일본말을 아는 자가 있어, 일본에서 몇 년간 유리공장에 지내신 아버지는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6.25가 끝나고, 이번엔 빨치산이 어머니를 괴롭힙니다. 밤12시에 총칼을 들이대며 주먹밥 해라고 협박합니다. 밥만 해주어도 빨갱이로 몰리는 시절이었답니다. 아버지도 친한 친구들이 빨치산에 들어간 덕분에 경찰서에서 고생도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빨갱이 하면 거품을 물  정도로 반공정신이 투철하였습니다. 대학생의 데모도 빨갱이로 생각하셨죠. 아버지 살아계실 때는 뉴스보다가 조금 언쟁을 하다 마지막엔 늘 아버지 뜻에 맞추어드렸죠. 아버지의 삶을 들으면서 자랐으니까. 우리 엄마 44세 늦둥이로 낳아, 저를 더 귀여워 해 준 감사함을 알기에...  


그때는, "아버지 세대가 어서 가야 세상이 좋아지겠구나."  하고 생각하였죠.

얼마전 광화문에 갔다온 아들에게 "미안하다" 했습니다.


"할아버지 세대가 가고, 아빠의 세대인데도 너희들이 어렵구나..."



심심 산골에서 농사짓던 친구 아버님의 머리 속에 빨갱이는 그냥 당신을 더 힘들게 한 쪽이다. 엘리트집단들의 체제 경쟁 속에서 나온 이데올로기의 결과일 뿐이다. 선량한 우리 국군들도 베트남전쟁에서 베트남 민중들에게는 나쁜 파랭이였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빨갱이든 파랭이든 관심이 없다. 일반 국민들에게 진보니 우익이니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은 새누리당이 공산주의의 상징인 빨갱이 색깔을 하고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빨갱이, 빨갱이 하니 우스운 일이다.

 

"단지 이념의 이름으로 선량한 시민들을 괴롭히지만 않으면 좋겠다. 단지 이념을  엘리트들이라고 하는 너희들 기득권 유지하는 수단으로만 써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희 엘리트 말대로 그냥 개 돼지처럼 편안하게 먹고 살 수만 있게 해 주면 좋겠다." 라고 외치고 싶다.


솔직히 최근의 국민이 보여준 집단지성은 엘리트로 뽑아 놓은 정치인들의 보다 나아 보인다. 오히려 그들이 개 돼지 만도 못해 보일 정도다.

 

국회의원님들,

더는 안 바랄테니, 국민의 생각과 비슷하게 만이라도 반영해 주면 좋겠다.


=======[나중에 쓴 글]

이 글이 어떤 영향을 주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뜻을 정확히 반영하여 탄핵소추안이 통과 되었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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