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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Mar 08. 2017

여행소비 노하우

준비할수록 덜 피곤하고 더 가치가 높아지는 여행




이번에 유럽으로 열흘 이상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젊은 시절 만 하더라도 신혼여행지도 대부분 제주였기 때문에(나는 부산 자갈치 시장으로 갔다) 기업의 해외출장이 아니고서는 평소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기억나실지 모르지만, 기업 내에서도 해외 출장 대상자가 되면, 상사는 잘 갔다오라고 금일봉도 주었고 부모님이 공항까지 전송 나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젊은 층은 물론이고 장년 층들도 방학이나 조금 긴 연휴가 있으면 쉽게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여행은 출발하기 전의 설레임이 반이라고 할 정도로 막상 출발하면서부터는 고생길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구매하는 것 중에 여행 만이 우리를 진정으로 부유하게 만들어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쓰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상품이 여행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 처럼 장기간의 휴가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은 분위기에서 열흘 이상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가까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사실은 비용을 떠나서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나는 지금껏 직장 속에서 빡빡한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유여행이 좋다는 지인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패키지 여행의 장점에 더 점수를 준다. 패키지 여행은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장소에 가이드의 설명을 곁들여 함께 관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쇼핑이 많고 내가 원하는 장소에 더 머물지 못하거나 가고 싶지 않은 장소도 방문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결국, 휴가를 마음대로 낼 수 있는 상황과 경제적인 여유 문제로 귀결된다. 그래서 패키지 여행을 즐길 수 밖에 없기도 하다.


그런데,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라는 속어가 있듯이, 가끔 하는 여행이다 보니 준비없는 여행이 되기 쉽고 그래서 여행의 참 묘미를 느끼기 보다는 내가 어디에 얼마나 가봤느냐는 과시용으로 머무는 정도의 여행이 되는 것 같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국내 여행사들도 단기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지역을 방문하는 상품이 인기가 높다고 한다. 아마도 여유없이 사는 우리 나라의 국민들의 삶과 여행 패턴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공항에 가서 짐을 보내고 비행기에 올라타면서부터 즐거운 고행(?)이 시작된다. 기내에서 식사를 2~3번 씩 하는 긴 여행 끝에 겨우 도착해서는 한국 시간으로 보면 아침시간에 억지로 잠을 자게 하고 식사 후에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정해진 관광지에 여행객들을 밀어넣어 사진을 찍게 하고는 밥을 먹이고 버스에 태워 시차 부적응으로 잠자는 틈을 이용해서 관광안내를 하고 새로운 장소에 옮겨서 다시 사진을 찍게 하고 또 밥을 먹이고.... 이렇게 열흘을 채우고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그 나라에 익숙해질때면 여행이 끝난다.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남는 건 사진 뿐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찍고, 귀국해서는 프로필 사진 바꾸고 몇몇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그리고는 끝이다. 요즘은 앨범 사진으로 출력해 두고 기념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여행지에서 순간을 놓치기 싫어 쉼없이 눌러댔던 사진들이 그냥 PC 속에 저장되어 잠자게 된다. 여행 당시에는 왼쪽으로도 찍고 오른 쪽으로도 찍고 혼자서 찍기도 하고 두 사람이 같이 찍기도 하고 한 번을 세로로 또 한번은 가로로 사진을 남겨 두지만, 혹 나중에 그 사진을 보면 그 장소가 어디였는지도 잘 모르게 되어 버린다. 물론, 여행지에서의 느낌이나 추억은 남을 것이고, 또 TV를 통해서 방문 장소를 만날 때나 다른 사람과 그 지역에 대한 얘기를 나눌때면 화제에 끼어들 정도의 도움은 될 것이다.






여러 번 유럽여행을 했다는 분의 얘기다. "나중에는 그 성당이 그 성당 같고 그 박물관이 그 박물관 같아서 기억도 안나고 모르겠어요.가이드 설명을 들을 때는 그런가 해서 사진을 찍어 뒀는데 나중에는 몇 개의 사진 외에는 무슨 사진인지 모르는 사진도 많아요."


그렇더라도 여행기회를 갖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랬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여행하는 것은 엄청한 비합리적인 소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남아 여행이야 1, 2백의 비용이 그치지만 미주나 유럽 여행을 하게 되면 훨씬 더 큰 비용이 들게 된다. 가정에서 그 만한 가치를 소비를 하는게 뭐가 있을까? 집, 차량 다음으로는 가장 큰 소비에 해당하지 않을까? 그런 큰 돈을 쓰면서 끌려다니다시피 하는 여행소비는 너무 비합리적인 소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는 나는 언젠가부터 여행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준비를 한다. 특히 비싼(?) 여행을 할 때는 더욱 세심한 준비를 한다.

 

우선 여행국과 관련되는 책을 읽고 그 역사를 정리한다.

그 나라의 역사와 관련되는 몇 가지 영화를 본다.

TV를 통해 방영된 그 나라의 여행프로를 시청한다.

인터넷에서 그 국가와 관련되는 자료를 뽑아서 정리를 한다.

이동 중에 혹은 관광지에서 안내하는 가이드의 이야기를 여행 중에 적어 둔다.

여행하면서 그날 여행한 내용은 가능한 그 날이 가기 전에 혹은 다음 날 새벽에 출발하기 전에 간단한 예비 여행기를 작성해 둔다. 그리고 귀국 후에 사진을 곁들인 여행기를 완성한다.




가우디의 구엘공원







어떤 분은 너무 힘들게 여행한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면 여행피로에다 여행기 스트레스가 더해져 너무 피곤하지 않느냐고 한다. 그렇지 않다. 준비를 철저히 해서 가면 갈수록 가이드 설명이 쏙쏙 귀에 들어오기 때문에 잠도 오지않고 오히려 빨리 시차 적응이 가능하고 덜 피곤했다. 그리고 수백 만원 이상 투자한 가치가 더 커진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란 과목을 대부분 배웠다.

지금은 국사를 의무적인 교육에 한발 더 나아가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획일적으로 가르치려는 무리수를 두다가 어정쩡한 상태에 있지만 사실 세계사야 말로 어떤 스토리보다 더 재미있을 뿐 아니라 역사 속에서 주는 교훈을 얻을 수 있고 현재를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세계사공부를 개념없이 재미없는 공부의 수단으로만 가르쳤기에 수면제 역할 밖에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세계사 공부를 하려니 너무 힘들다. 그리고 머리에 잘 남지도 않고 국가간의 복잡한 관계 속의 역사도 읽을 때 뿐이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나 국사 선생님을 가끔 원망하기도 한다.






근데, 직접 보면 달라진다. 이번에 유럽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공부할 수 있었다.

"여행은 사람을 겸허하게 만든다. 내가 세상에서 얼마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세계를 만나면서 드는 생각이다. 책을 통해서도, 미디어을 통해서도 나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만나지만, 여행을 통해서 나의 좁았던 생각과 세상을 제일 쉽게 빠르게 깨닫게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것도 미리 공부한 만큼 더 많이 가능해진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그간 열강들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막연히 선한 나라 나쁜 나라로 되어 있던 것을 그 본질을 들여다 보는 기회가 되었다. 세상에는 나쁜 나라와 좋은 나라는 없다. 돈으로 대변되는 이권싸움 속에서 내 편과 네 편 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도 되었다.


엄청난 가격의 여행 상품, 잘 소비하면 여행 그 이상을 얻을 수 있다.

휴양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면 여기서 제시한 방법을 한번 권해 본다.


[스페인 여행기]

http://blog.naver.com/wonny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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