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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Jun 19. 2021

변질되어버린 너와 나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처음 우리가

우리 공간 속 비밀번호를 함께 설정할 때
나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서로만 아는, 서로에게 의미 있는 그런 번호로
앞으로 서로가 함께할 공간을 공유한다는 게.


우리는 떨어져 있을 때

그 떨어져 있는 1분 1초가 아깝다는 듯 서로를 만나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했으니

함께 살게 된다면 행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때문에 매 아침 일어날 때마다

서로가 옆에 있기를 바라고

그렇게 하기를 결심했지만
막상 매 순간 일상을 공유하게 된

우리의 모습은 그 전과는 많이 달랐다.




처음엔, 아무도 방해하지 못할

우리만의 유일하고 은밀한 공간이 생겼다는 것에 너무도 기분이 좋았고 더욱더 끈끈한 무언가에 얽힌 단단해진 관계가 된 느낌이었다.


우리는 함께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마트에 가고, 마치 신혼부부인 듯

이것저것 요리를 해주고.

또, 일을 마치고 와서 피로해진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듯 맛있는 야식을 시키고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켜고서

사랑을 속삭이곤 했다.

그렇게 우리는 남부러울 것 없이 예쁜 연애를 했다. 서로만 이 세상에 존재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마음 벅찰만한.



그 찬란하게도 아름다웠던 것이

언제부터 이리 칙칙하게도 변질되어버렸던가.



다른 이들이 말하기를,

함께하는 시간이 길 수록

그 함께인 시간이 너무도 익숙해지고 당연해져
결국엔 서로의 관계 속엔 싸움밖에 없을 거라 말했지만,

난 나를 너무도 소중히 다뤄주는 너라면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자신했었지.
그렇지만 그건

내 착각 속에 존재하는 믿음일 뿐이었다.

그 남들과 다를 바 없이 너는

혼자 집에서 기다릴 나를 당연하게 생각한 채, 나보다는 다른 이들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겼고 약속이 아닐지라도

너의 혼자만의 시간을 매일 즐겼다.
네 인생 모든 순간에 나를 점점 배제해버린 채로.



네 인생에 내가 함께하는 순간을

행복으로 담는 나에게는

사형선고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한때는 모든 지인에게 나를 소개하고 싶어 했고
네가 숨 쉬는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하고 싶어 했던 네가 이제는 네 인생에서 나를 배제하고 싶다는 뜻이었으니.

나와 함께 하는 순간보다

너의 친우들과 함께하는 순간들이

더 값지다 말하는 뜻이었으니.




네가 전부였던 나는

너무도 외로워 혼자 두지 말라며 울부짖다가도

더 이상 내 눈물에 꿈쩍도 않는 너를 보고서

내 감정을 점점 포기할 수밖에.
처음엔 함께하고자 들어왔던 이 방에

나 혼자 앉아 조용히 눈물을 훔칠 수밖에.


사랑이란 것이 너무도 무섭다 말하던 나에게
이게 바로 사랑이라고 가르쳐주겠다던 너를
믿었지만,

그것마저 변질되어버린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하는 건가.

이제는 누군가를 믿는 것조차 하지 못하겠다.
운명일 거라 믿었던 너마저

나를 결국엔 저버리는데.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네 목적이었다면,

성공했어 넌.

난 너 때문에 망가지다 못해

더 이상 살아있는 게 너무도 힘들 지경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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