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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May 14. 2021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너에게 내 마음을 주지 말았어야 했어.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저 하룻밤 추억밖에 되지 않았을 너를

그저 심심하다는 핑계로

나에게 다가오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

너의 그 티끌 한 점 없어 보이는 미소를

떠올리지 말았어야 했어.

그 아이같이 가식 없어 보이는 웃음이

결국엔 변할 거라는 걸 깨달았어야 했어.

내가 세상 가장 중요한 것인 듯 바라보던

네 눈빛은 그저 한 순간이었다는 걸

알았어야 했어.


너는 너무 어렸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한 적이 없기에

내가 쉽게 운명이라 생각된 게

분명하단 걸 알면서도

너를 내 옆에 두고 싶어 하지 말았어야 했어.

죄책감이 들지 말았어야 했어.

나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사랑한다 속삭이던 너를

내가 잠시 갖고 놀다 내버린 인형처럼

아무것도 아닌 마냥 대했어야 했어.

네가 나에게 알려준 행복들을

몇일만 지나면 사라질 것들이라며

외면했어야 했어.

너를 내치는 나에게 상처 받고서

세상 무너진 듯 울음을 쏟아내는 너를 보고도

나를 붙잡는 네 손을 뿌리치고서

그대로 뒤돌았어야만 했어.

지난 인연들로 인해 망가진 내 마음을

속은 척 다시 너에게 맡기면 안 되는 거였어.

그 모든 걸 어기고 너를 안아버린탓에

결국 난 이렇게 아파하잖아.

너 역시도 똑같을 거란 걸 알면서도

네 손을 잡아버린 탓에

내가 이렇게 망가져버렸잖아.

결국 내가 그 버려진 인형과

다를 바가 없어져버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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