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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May 13. 2021

재시작

나만을 위해

너의 짐을 싸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네 짐이 모조리 사라지면
텅텅 빌 줄만 알았던 방은
너의 물건들이 있을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오로지 내 것들로만 꽉 차 있는 방.
어색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짐을 싸면서

마음 정리가 조금은 더 깔끔하게 된 듯하다.
혼자 있는 연습을 많이 해와서 그런지 몰라도
딱히 허전함을 느낄 수 없었다.


10분이라는 짧은시간이면 정리가 될 것들을
난 뭐가 그리 아쉬워 꼭 붙들고 있었나.

뭐가 그리 아쉬워

놓지 못하겠다며 울부짖고 있었나.
내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이제 모든 걸 내 버렸으니
나는 아무것에도 휘둘리지 않은 채
그저 내 모습으로 살아가야겠다.
아무것에도 힘들어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미련을 갖지 않으며
나만을 위한 그런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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