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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May 10. 2021

결국 깨어버릴

너를 볼 때면 네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온 마음을 다해서 너를 품고 싶을 때가 있었다.
누구보다도 소중해 놓치고 싶지 않았고,
이 내 마음을 전부 다 표현할 수는 없어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의

온갖 예쁜 말들이라도 퍼주고 싶었다.
그런 나를, 너 역시도

같은 마음으로 안았던 건 분명하다.

그런데 너무 행복에만 안주했던 탓일까.
서로를 간절히 원하던 그때,
또다시 만나게 된다면
서로를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하겠다던
그 다짐들이 무색하게도
너는 다시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변해갔고
그런 모습에도 나는 널 몇십 번을 믿었지만
몇십 번을 또 배신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내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 가고
여유가 없어진 채 너를 원망하며

우울 해져만 갔다.
지금의 나는 널 더 이상 원망할 여력도 없이
혼자 방 안에 앉아 우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이제는 네가 필요 없다는,

아니 네가 없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세뇌를 시키며.
어쩌면 그게 사실일지도 모르지.
내 인생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네가
차라리 내 앞에서 사라져 준다면
나는 더 나은 삶을 살지도 몰라.


내가 바라던 건 그렇게 크지 않던 것들이었다.
예쁜 것을 볼 땐 서로를 떠올리며
웃음 짓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땐 같이 호들갑 떨며
행복해하고
서럽거나 아픈 일이 있을 땐

서로를 찾아 위로받고
화난 일이 있을 땐

서로에게 가장 먼저 일러바치고

같이 흉을 봐주고.
그러한 사소한 것들,

함께 있다면 언제나 할 수 있을만한 일상생활들.
그것으로부터 오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너에게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

내 이런 마음에 대한 너의 이해조차도,

더 이상은 바라지 않아.


너와의 미래가 그려지지도 않고

함께하고 싶지가 않다.

이런 마음으로 우리가

더 이상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한때는 나 역시도 너와 가족이 되어

한 지붕 아래 사는 것이 내 꿈이었는데 말이야.


모든 것이 찰나의 꿈같던 장면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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