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먹고서 토한 적은 없었는데,
얼마 먹지도 않았지만
갑자기 구역감이 들어서 토를 했어.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렇게 다 게워내니까
속은 좀 시원해지네.
평소랑 몸이 다르단 건 확실히 느껴진다.
이것도 이유를 모르겠네.
갑자기 네가 사라졌어도
울음을 꼭 참고 괜찮다는 듯 지내던 나였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이렇게 몸이 안 좋을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내 슬픔을 꾹 눌러 담았는데.
아, 그 눌러 담은 것이 다 터져 나와서 그런 걸까.
그렇다면 그것 역시 토해낸다면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는 건가.
그럴 수만 있다면 속을 게워내듯
너를 게워내 버릴 텐데.
너를 그렇게 내 몸속에서, 마음속에서
내보내 버릴 텐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용없을걸 알아.
아무리 너를 토해내도
내 마음은 이렇게 썩어 들어갈 걸 알아.
그래서 난 이렇게 묵묵히
네 이름을 삼켜내고 또 삼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