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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Mar 01. 2022

죽어있는 나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통증에

근무 중, 눈치도 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오려는데
애써 참고서 묵묵히 할 일을 끝냈다.
이따금 북받쳐 오를 때면

몰래 화장실이나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

숨죽여 눈물 흘리곤했다.
도무지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이 답답함과 무력함에
나는 도저히 이겨낼자신이없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 생각 없이 잠에 들고만 싶어
잘 준비를 마치고서 수면 음악을 틀고

침대에 누웠다.
머리를 비우고 싶지만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들에 나는 다시 한번 소리 없이 눈물을 삼켰다.


너를 만나고 사라졌던 불면증이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다.
겨우 잠들고서 일어나 보니

3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루 온종일을 잠에 쏟아버리고 싶었는데

수면 역시도 내 맘대로 되진 않는다.
일어나자마자 다시 솟구치는 울음에

나는 드디어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처음 느껴보는 꽉 막힌듯한 숨통과

정말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아니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그런 통증을 움켜쥐고서.

밖을 바라보니 나와는 반대로

햇살이 참 맑게 비추는 아주 투명하고 예쁜 하늘.
따뜻함을 조금이라도 느끼면 괜찮아질까 싶어

담배 두 개비를 들고서 밖에 나섰다.

한 개비를 다 태우고 난 후

집 앞을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걸었고,

집 앞에 도착하고서 또다시 한 개비를 태웠다.

조금은 잡생각이 없어진듯했다.

어제부터 구역질이 자꾸만 나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배는 여전히 고프지 않고

무엇을 먹을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하지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정말 이대로면 죽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냉장고를 뒤져 반찬을 꺼내고

밥을 밥그릇에 퍼냈다.
한 입을 입에 털어 넣자마자

역시나 헛구역질이 나왔다.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나오는 구역질을

애써 참아내고서 마지막 한 입까지 삼켜냈다.

살자, 살아야지.
그러다 보니 정말 살아질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아주 잠시 동안.

다시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머릿속이 온갖 아픈 상상들로만 가득 차

머리를 깨버리고만 싶었다.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앉아

다시 한번 울부짖었다.
역시 살아질 것 같지가 않다.

꽤 오랫동안 나는
이렇게 죽어있는 상태로 지내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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