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저려왔다.
네가 내가 아닌 다른 이를
곁에 두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니겠지 아닐 거야 하면서도
그 전말을 듣고 싶었다.
처음엔 모든 진실을 피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보다도 믿고 사랑하는 너였고
너 역시도 나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믿었기에.
그 완벽한 모습에 흠을 내고 싶지 않았다.
.
그렇지만 진실은 외면할수록
더 나를 파고들 뿐이었다.
무시할수록 더욱더 나를 죄여 드는 것이
바로 진실.
.
사실을 알고서 나는 무너져 내렸다.
엄청난 충격이 밀려들어와
나는 감당할 수가 없어
나지막한 웃음을 내뱉고서 주저앉았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음과,
믿을 수 없는 마음과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야속하게만 느껴져서.
너를 붙잡고 말해봤지만
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네가 날 붙잡고서 잘못했다고 빌었다면
바보 같지만
조금은, 조금은 흔들릴 수도 있다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 중 하나라고,
우리도 괜찮아질 수 있다고
애써 현실을 무시하고서라도
널 안을 생각까지 있던 미련한 감정이었다.
그렇지만 당당하게 나를 밀쳐대는 널 보고서 이제껏 내가 알던 사랑스럽던 너는
네가 아니었구나. 모든 것이 거짓이었구나-
그렇게 널 놓을 수밖에 없었다.
난 너에게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아버렸으니까.
난 정말 네 말대로
우리가 결혼이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난 정말 네 말대로
네가 나를 미치게 좋아하는 줄 알았다.
모두 다 내 착각이었고 난 네가
한 번씩 찔러보다 걸린 사람 중 한 명이란 걸
이제야 느낀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결국 진실을 가릴 순 없었지.
특히 그 여자가 괜찮았다는 ,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그 말을 내뱉던 너의 모습은,
정말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수많은 증거 중 하나이니.
세상 눈물을 쏟아 내면서
힘들어하는 나에 비해
너는 하루 만에 다른 여자를 찾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으니까.
.
여자를 만나면
한 번도 눈물 흘려본 적이 없다는
네 말이 떠올랐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더라.
누군갈 제대로 사랑해 본 적이 없으니. 사랑해봤더라도
다른 많은 가능성들의 여자를 두었으니 아쉬울 게 없는 거겠지.
넌 그저 그런 사람이다.
애정결핍이 심해서인지
병이 있어 그런 것 인진 모르겠지만
병적으로 여자들을 찾는 그런 사람.
내가 너무도 불쌍해지고
또 그런 너인걸 알면서도
지나가며 네 냄새가 나면 돌아보고
닮은 사람을 보면 마음이 쿵 내려앉고
너와 친했던 사람을 보면
기분이 괜히 다운되는 걸 보면
나도 참 멍청하게도 미련한 사람이다.
넌 날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이제와 그런 건 조금도 소용없지만
그것만은 묻고 싶다. 아닌 걸 알지만.
나와 만난 절반 동안은 다른 여자와 연락하고 다른 여자에게 대시했던 너인 것도 알지만.
정말 미련하게도 너를 정말 많이 아꼈던 나라서 너로 인해 아직도 이렇게 글을 쓴다.
내 꿈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라 말했고 너는 너에 대한 글을 써달라 했지.
너에 대한 글은 이제 쓰지 않을 거야.
이 글이 너에 대한 내 마지막 미련이다.
난 널 정말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