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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Dec 11. 2018

미지근한 우리의 분위기

생각해보면 우리의 처음엔 그런 것이 없었다.

둘이 나란히 걷다가 서로의 손이 살짝씩 부딪히면

괜히 간지러운 마음에 다른 곳을 바라본다던가,

이제는 그 손을 살며시 감싸도 되는지
혼자서 귀여운 고민을 하며 얼굴을 붉힌다던가,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고 헤어지기 싫다며 어리광을 부린다던가,

집에가는 길, 밤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별이 너무 예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걸어 끊임없는 사랑을 속삭인다던가,

자기 전, 헤어진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보고싶다며 서로의 귀에 아주 달콤한 자장가를 불러준다던가

뭐 그러한 소소한 행복들,

연애 초반 누구나 겪어봤을 그런 사랑스러운 추억들말이다.

단지 우리는 첫 만남에 서로의 눈빛에 끌렸고,

서로에 대해 같은 생각이었을 뿐이고

나는 다시는 이러한 것을 믿지 않겠다 다짐해 놓고서

너를 운명이라 착각하고.

그 착각에 빠져 우리는 아무 의심도 없이 서로를 안고.

그 운명이 사실은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며칠 되지 않아서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결국 끝날 것이라는 것을, 어차피 거짓으로 시작한 관계라는 것을,
그 관계는 그저 뜨거운 불장난 정도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가 없을 정도였고.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내 마음의 한조각조차 너에게 주지 않으려 애썼다.

그때마다 너는 거짓된 달콤한 말로,
믿지 못할, 하지만 믿고만 싶어지는  너의 마음을 나에게 속삭였고 나는 그 뻔한 거짓에 속아 넘어가버렸다.

너의 곁에서 의미없이 보내는

이 미지근한 너와의 시간들을,

상처들로만 가득한 너와의 추억들을,

이제 더이상 사랑은 전혀 남아있지 않는 듯한

너의 그 눈빛을 홀로 아프게 바라보는 일을

이제 그만 끝내버리고 싶다.

몇 번이고 너와 남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보려했지만

오늘도 역시 너의 곁에서

너와 함께하는 이 무기력하고 차가운 시간이라도 잡아보겠다 애를 쓴다.

이제 그만 내 마음도 바닥날때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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