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말로 그냥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어렵사리 양해를 구하던 네 모습을 보며
너에게 조그마한 위로보다는
내 상황만 보기 급급해
너에게 섭섭한 마음만 드는 내가 정말 못났다 생각해.
하필 이 상황에 그 마음을 참지 못하고
요즘따라 네가 소홀하다고 느꼈던 감정을 다시 들춰내
너를 보듬어주지도 못하는 내가 정말 못났다 생각해.
이런 내 못난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네가 밉다고 느끼는 내가 정말 못났다 생각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이런 못난 마음이 들고
자꾸만 스스로를 힘들게 해 나조차 감당하지 못하는데
내가 누굴 보듬어주고 안아주겠어.
바꿀 수 없다 생각해.
바뀌지 못할 거야 나는.
항상 이기적인 생각만 들 거고
어떤 상황에서든 내 아픔부터 생각하게 되겠지.
이런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겠어.
너에게 무슨 행복을 줄 수 있겠어.
차라리 이 마음을 털어놓을 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모든 마음을 들키는 순간 너조차 나를 한심하게 볼까
뱉어내지도 못하는 게 힘들어.
이렇게 복잡하기만 할 거면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이성적 인척 매정하게 굴 수 있는 듯 굴어도
사실 이 감정을 다 삼켜내지도 못하는
내가 한심하고 싫어.
너는 너에게 매정하게 구는 날 볼 때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
온갖 서러움과 섭섭함과 나에 대한 혐오로 가득 찬
내 속을 모른 채로 말이야.
너도 내 행동 하나하나에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 못난 마음들을 너는 도대체 어떻게 삼켜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