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첫눈 May 23. 2020

못난 마음

삼켜내지도 뱉어내지도 못할

나야말로 그냥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어렵사리 양해를 구하던 네 모습을 보며
너에게 조그마한 위로보다는
내 상황만 보기 급급해

너에게 섭섭한 마음만 드는 내가 정말 못났다 생각해.

하필 이 상황에 그 마음을 참지 못하고
요즘따라 네가 소홀하다고 느꼈던 감정을 다시 들춰내

너를 보듬어주지도 못하는 내가 정말 못났다 생각해.

이런 내 못난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네가 밉다고 느끼는 내가 정말 못났다 생각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이런 못난 마음이 들고

자꾸만 스스로를 힘들게 해 나조차 감당하지 못하는데

내가 누굴 보듬어주고 안아주겠어.


바꿀 수 없다 생각해.

바뀌지 못할 거야 나는.

항상 이기적인 생각만 들 거고

어떤 상황에서든 내 아픔부터 생각하게 되겠지.


이런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겠어.

너에게 무슨 행복을 줄 수 있겠어.


차라리 이 마음을 털어놓을 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모든 마음을 들키는 순간 너조차 나를 한심하게 볼까

뱉어내지도 못하는 게 힘들어.


이렇게 복잡하기만 할 거면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이성적 인척 매정하게 굴 수 있는 듯 굴어도

사실 이 감정을 다 삼켜내지도 못하는
내가 한심하고 싫어.

너는 너에게 매정하게 구는 날 볼 때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

온갖 서러움과 섭섭함과 나에 대한 혐오로 가득 찬

내 속을 모른 채로 말이야.



너도 내 행동 하나하나에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 못난 마음들을 너는 도대체 어떻게 삼켜냈을까.

작가의 이전글 I'm a mes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