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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Feb 24. 2020

I'm a mess

난 망가졌어

'난 망가졌어.'


누군가는 부담스러워하고

누군가는 동정의 눈빛을 보내게 하는 그런 말.

후자의 경우에도 결국엔

지속되는 나의 우울함에 지쳐

감당하기 벅차 할 것을 알기에

내 안 깊이 숨겨두고서 절대 꺼내지 않는 말이다.

모두가 밝고 활기찬 나를 좋아한다.

누구에게든 쉽게 다가가 친해지고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나를 좋아한다.

아니, 사실은 나의 그 꾸며낸 모습들을.

내가 그 모습에서 한 꺼풀만 벗겨지기라도 한다면

모두가 나를 의아해할 것이고

받아들이기 싫어할 것을 안다.

최근 본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말한다.
I'm a mess. 난 망가졌다고.
그리고서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마음을 털어놓지.

나는 그것이 참 부러웠다.

자신이 망가졌음을 알릴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이.
나의 우울함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도 그가 변함없이 날 사랑할 것이라는, 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더라도

그가 적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란

그에 대한 80% 이상의 믿음이 있다는 것이니.
또한 우울감에 찌들어 있는 나의 모습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러움과 동시에,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 하며

고개를 피해버리는 내 현실이 너무도 비참했다.

나의 현실은 아직도

우울감에 절어 웅크리고 있는
한 인격체를 외면한 채로
사회생활이란 명목 하에
밝디 밝은 모습으로 나를 치장하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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