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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May 30. 2020

너는 나를 위해서만 살아가길

나를 위해서만 눈물 흘리며

너는 자신이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처음 알게 되었던 때의 너는
네 말처럼 그러했다.
우울한 감정 따위는 겪어보지 못한 듯했고
아픈 일을 겪더라도 웃음으로 흘려보내는.
그런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우리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너의 우울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처음 너를 좋아한 이유가 비록
너의 그 행복으로만 가득 찬 듯한 모습이
혹여나 흑백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을
아름다운 색채로 물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복잡한 전기회로로 가득한 나의 머릿속을

너로 인해 잠시나마

블랙아웃시킬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래도.-

그 이유들은 그저
처음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일 뿐
현재 너를 사랑하는 이유의 전부가 되진 않기에
너의 우울감마저 나는 사랑하게 되었다.

너 역시도 나의 우울한 모습조차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너의 그 많고 많은 우울함의 원인 중

대다수는 나일 거라 생각된다.

너는 내가 너의 삶을 쥐고 있는 마냥
나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세상 행복해하고
어쩌다 내뱉는 차가운 말 한마디에
당장이라도 죽을 듯이 아파한다.

조금 억지를 보태자면
어쩌면 네가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된 게
나를 만난 이후부터일지도 모르겠다.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기분이 좋게 느껴져.
네가 계속해서 그렇게
나로 인해 인생이 좌지우지될 것만 같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나만 있으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며 매달리고
내가 없으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


너의 우울함의 원인이지만 행복의 원인이기도 한
나로 인해 가끔은 행복해하며

그 순간만을 붙잡고서 살았으면 좋겠다.

너의 눈물이
나를 위해서만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세상 다 잃은 듯한 그 울음이
나로 인해서만 터져 나왔으면 좋겠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나를 위해서만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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