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자와 자게 되어 행복하다는 너의 그 문자 내용. 나에게 연락이 오면 할 거짓말을 친구에게 부탁하던 너.
나 아닌 다른 여자와도 정말 행복했었느냐고 그럴 수가 있느냐고 너는. 친구에게 거짓말을 부탁하면서,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느냐고
평소와는 달리 이상하게
너를 계속해서 의심하고, 연락이 없는 너를 견뎌내며 밤새 몇 번이고 홀로 이별하던 나의 모습이 조금도 안쓰럽지 않았느냐고.
모든 원망과 분노를 쏟아내고야 싶었지만 너의 그 대답에 또다시 아파하고 의심하며 망가져만 갈 내가 안타까워 그냥 입을 다물기로 결심한다.
아무렇지 않게 너를 대하면 괜찮을 줄로만 알았다. 없었던 일처럼 대하면 정말 없었던 일이 될 줄로만 알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너에게 안긴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처음 우리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너와 함께 있다가도 네가 그 여자와 함께했을 행동들이 떠오르고 나와는 달리 공통점이 많아 수월했을 대화들이 상상되고 나를 홀로 두고서 몇 번이고 그 여자와 아침을 맞이했을 모습이 상상되고.
어찌 됐건 네가 그 여자에게
마음이 조금이나마 있었던 것이
내가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자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나는 계속해서 나에게서 그 원인을 찾게 되었다.
조금 살이 붙어 얼굴이 망가져 보인 건가. 이곳을 고친다면 조금은 나아질까. 그 여자는 쌍꺼풀이 있던데 너는 내 눈보다는 그런 눈을 좋아하는 걸까. 식욕이 붙은 탓에 보기 싫게 나온 뱃살이 문제인 건가. 몸매가 조금 망가진 것 같긴 한 기분이다. 남들이 보기에도 내가 별로인 건가.
분명 내가 이상형이라던 남자들도 있었는데. 난 왜 너 하나만을 바라보고 계속해서 버텨온 거지.
왜 그래서 이런 비참한 느낌을 느껴야 하는 거지.
스스로를 자책하고 나락으로 끌어들인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모습. 또다시 시작이다.
내가 너무 행복했었나 보다.
이런 작은 아픔 하나에도
못 견디겠다고 죽고 싶은 심정인 게.
난 계속해서 이렇게 문득 떠오르는 악몽 같은 시간들에
혼자 괴로워하고 삼켜내고를 반복할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저 그때의 그 감정을 몇 번이고 겪어내고 견디어 점점 무뎌질 뿐이겠지. 언젠가는 그 감정이 내 몸 구석구석으로 번져 걷잡을 수 없게 될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