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일을 모두 마치고서
집으로 귀가할 때마다
너와 거닐던 공원을 지나친다.
우리가 손을 맞잡고 걷던 공원에는
하얗고 발그레한 벚꽃과
우리의 설레는 마음이 만개했었는데
어느새 그 꽃잎들은 저물고
빨간 단풍잎들만이 나뭇가지에 걸려있구나.
떨어져 있는 수많은 낙엽들이
바스러지고 뭉개지듯
더 이상 볼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기억하는
내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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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새해 선물인 마냥
내 앞에 나타난 너는 몹시도 해맑고
그 싸늘한 겨울엔 어울리지 않을 만큼 따사로웠지.
나를 볼 때마다 티끌 한 점 없이
활짝 웃어대던 네 모습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박혀있다.
항상 어른스레 나를 감싸주고
예쁜 말들을 건네주며 웃음 짓게 해 주던 너. 감정표현에 조금 서툰 나에게
낯간지러운 말들을 매일같이 해주었었지.
내 시큰둥한 반응에 민망할 만도 할 텐데
너는 끊임없이 나에게 사랑을 말하고, 또 말했다. 이 간지러운 느낌들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해 주듯.
행복했던 날들만이 있던 건 아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너는 사랑보다는 아픔을 더 많이 느끼게 해 줬지. 지친 나를 붙잡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온갖 상처되는 말이라도 퍼부어
나를 울게 만들고 싶었던 마냥
너는 내 약점들과 아픈 부분을 더 후벼 파서
나를 주저앉게 만들기도 했다.
또 옆에 있는 내가 너무도 당연한 듯
너는 나를 방치해두고서
처음과는 너무 다른 태도를 보였었지.
우리는 그럴 때마다 서로를 때리고 헐뜯고 상처 주면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싸워댔다.
이게 과연 연인이었던 사람들 사이에
나올 수 있는 행동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지쳐서 서로를 떠났고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다시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얼굴을 보는 순간
울음부터 터져 나와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안고.
그렇게 우리는 참 치열하게 연애를 했다.
모든 의심과 실망과 불안감을 떠안고서라도
서로를 너무도 갈망했다.
그래 그 모든 것이 사랑이었다.
아프고 아프게 하고 상처 주던 그것조차도
모두 사랑이었다.
그러니 내가 너를 잊을 수 있을 리가.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서로를 갈망했는데
그런 우리를 내가 놓을 수 있을 리가.
어떤 누구를 만나더라도
너만큼 열심히 사랑할 자신이 없는데
내가 너를 두고 다른 사랑을 찾아갈
자신이 있을 리가.
이미 애증의 대상이 되어버린 너는
내 전부가 되어버렸고
난 그런 너를 떼어내려면 아마
온전한 상태로는 그럴 수 없지 않을까.
보고 싶다.
지금 이 순간마저 네가 너무도 필요하다.
우린 서로를 원하는데 너무도 안고 싶어 하는데
왜 이렇게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지.
나는 이러한 형태의 이별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
정말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 것이 맞는지조차 이제는 헷갈리기 시작한다.
종교조차 없는 내가 어딘가에 있을 신에게
빌고 또 빌다가 그를 원망하길 반복한다.
더 이상 우리에게 인연은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지,
내가 너를 놓아야만 너를 이 세상에
다시 돌려줄 것이라 말하는 것인지.
정말 내가 너를 놓아야만
너를 돌려줄 생각인가 보다.
이 세상 어딘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