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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Jan 23. 2021

지워버리자

너를 내 삶 속에서 나를 네 삶 속에서

많이 좋아했어
널 좋아했던 내 마음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는 아니었던지라.

다른 사람에겐 매정했던 내가
너에게만큼은 질척댈 수밖에 없던 이유 역시도

내가 너에게 너무 커다란 마음을 줬기 때문이겠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도 알아.
그래야만 좋은 감정으로 끝났을 것도,
조금은 더 애틋한 감정으로 남았을 것도 알아.

그래도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네 목소리 한 번 듣고 싶어서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던 네가 그리워져서,


우리만 노력한다면

네가 날 온 마음으로 품고 싶어 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헛된 희망 한 번 품어봤어.
이미 우린 달라졌는데 말이야.

근데 이젠 알아.

네가 지금 마음속으로 그리는 사람은

내가 아니고 넌 더 이상

날 붙잡을 마음이 없다는 걸.


나를 아직 좋아한다던 네 말은,
그저 네가 외로울 때

널 달래줄 상대를

네 옆에 머무르게 할

그런 거짓말인 것도 알아.


난 최선을 다해서

우리 관계를 되돌리려 해 봤고

그럼에도 시큰둥한 네 반응에

난 이제는 정말로 우릴 포기하려 해.

후회는 하지 않아.

내가 만약 너에게 솔직한 마음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애틋한 마음만 남은 채로

서로에 대한 기억이

조금 더 아름다울 수 있었을지언정

난 후회를 했겠지.

조금 더 솔직하게 다가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


지금 나는 정말 후회는 없어.

미련도 없고.

물론 보고는 싶겠지.

너의 그 조곤조곤하던 목소리도

네 특유의 향기도,

나를 조심스레 감싸던 네 두 팔도.


그럼에도 난 정말 미련이 없다.

우린 아니란 걸 확실히 알았으니.

더 이상의 노력은 필요치 않다는 걸 깨달았으니. 우린 여기까지인 거지 정말로.


그러니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진 못하겠지만
이제는 서로를 아예 묻어두기로 하자.

마치 우리 사이의 일은 없던 것처럼
아니 너라는 사람이

나의 삶에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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