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버리자
너를 내 삶 속에서 나를 네 삶 속에서
많이 좋아했어
널 좋아했던 내 마음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는 아니었던지라.
다른 사람에겐 매정했던 내가
너에게만큼은 질척댈 수밖에 없던 이유 역시도
내가 너에게 너무 커다란 마음을 줬기 때문이겠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도 알아.
그래야만 좋은 감정으로 끝났을 것도,
조금은 더 애틋한 감정으로 남았을 것도 알아.
그래도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네 목소리 한 번 듣고 싶어서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던 네가 그리워져서,
우리만 노력한다면
네가 날 온 마음으로 품고 싶어 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헛된 희망 한 번 품어봤어.
이미 우린 달라졌는데 말이야.
근데 이젠 알아.
네가 지금 마음속으로 그리는 사람은
내가 아니고 넌 더 이상
날 붙잡을 마음이 없다는 걸.
나를 아직 좋아한다던 네 말은,
그저 네가 외로울 때
널 달래줄 상대를
네 옆에 머무르게 할
그런 거짓말인 것도 알아.
난 최선을 다해서
우리 관계를 되돌리려 해 봤고
그럼에도 시큰둥한 네 반응에
난 이제는 정말로 우릴 포기하려 해.
후회는 하지 않아.
내가 만약 너에게 솔직한 마음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애틋한 마음만 남은 채로
서로에 대한 기억이
조금 더 아름다울 수 있었을지언정
난 후회를 했겠지.
조금 더 솔직하게 다가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
지금 나는 정말 후회는 없어.
미련도 없고.
물론 보고는 싶겠지.
너의 그 조곤조곤하던 목소리도
네 특유의 향기도,
나를 조심스레 감싸던 네 두 팔도.
그럼에도 난 정말 미련이 없다.
우린 아니란 걸 확실히 알았으니.
더 이상의 노력은 필요치 않다는 걸 깨달았으니. 우린 여기까지인 거지 정말로.
그러니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진 못하겠지만
이제는 서로를 아예 묻어두기로 하자.
마치 우리 사이의 일은 없던 것처럼
아니 너라는 사람이
나의 삶에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