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다.
분명 이럴 줄 알고서 맥주 한 병을 들이켰건만 피곤한 건 그 때뿐,
지금은 아무리 눈을 감고 있어도
이 너로 가득찬 혼잡한 생각들 때문인지
도저히 무의식에 빠져들 수가없다.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놓을 땐,
잠이 특효약이라.
하지만 이 복잡한 생각들을 잠재우기엔 너무 마음이 혼잡하기에.
갤러리를 보았다.
너와의 추억이 다시 한 번 보고싶어져서가 아닌,
그저 나 혼자만의 추억들이 궁금해져서.
그러나 첫 장부터가 너와의 추억이었고,
나는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쭈욱 우리의 추억을 되새기다 보니
어느새 갤러리속, 너와의 추억이 막바지를 달렸다.
그 뒤로부턴 왠지 익숙치 않은 혼자만의 사진들.
너 하나 잠시 사진속에 등장하지 않았을 뿐인데, 그렇게 이상할 수가 없었다.
사진속의 내가 네가 아닌 카메라를 응시하고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도 어색한게..
사진들을 모아보니
내 갤러리는 너와 내가 만나기 전 후로
자연스레 구분이 되어져있었다.
그와 함께
내 지난 삶의 모든 추억들 역시도.
언제부터, 얼마나 알았다고
넌 이렇게 내 추억들에.
아니 어쩌면 내 삶에 너의 색을 잔뜩 칠해둔걸까.
벗겨내지도 못하도록.
참 신기하지. 내 지난 삶의 10분의 1도 안되는 기간동안
너를 알아왔을 뿐인데
이토록 서로를 다 아는 듯,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걸 보면.
스쳐지나가는 것조차 인연이라지만,
너와의 인연은 그 보다는 훨씬,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짙은 인연이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다면,
너와의 인연이-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던.
힘들었지만 서로만을 바라보며
오직 사랑으로 버텨내고 만들어왔던
추억들이 가득한 이것이,
아무것도 아닌 그저 가벼운 것이었을 뿐이라면,
나는 다시는 인연이라는 것을 믿지 아니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