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어차피 혼자였던 내 나날들에
잠깐 너 하나 날아왔다고 뭐가 그리 신나서
포근한 봄바람을 맞는 꽃잎들 마냥
마음이 살랑거렸을까.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잠깐 너 하나 돌아왔다고
온갖 허황된 꿈들을 펼쳐내고
희망들을 가져버린 바람에
나는 또 이렇게
홀로 버려진 느낌으로
가만히, 그저 가만히 숨을 고를 뿐이야.
혼자서도 잘 버텨내던 내 모습들이
무색할만큼 네가 잠깐 다녀간 빈자리들이
나를 온통 검정색으로 물들인다.
최대한 아무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마음 속에 있는 모든 서러움을
저 깊이 삼켜내려고 노력중이야.
최대한 괜찮다는 마음을 가지며
나 자신 마저 속이고.

그래 원래 나는 혼자였지
혼자 울음을 깊숙히 밀어넣고서
묵묵히 술로 삼켜냈었지.
지금까지 혼자 버텨낸것처럼
난 아무렇지도 않을거야.
네가 잠깐 내 마음에 균열을 일으킨 까닭에
잠시 혼란이 온것 뿐이지
나는 아무렇지도 않을거야.
평소처럼 다시 괜찮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