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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May 04. 2021

누군가에게 쓰는 편지

마지막이길 바라며

엄마 나도 아직 애긴가 봐.
엄마가 챙겨주지 않으면 밥도 잘 먹지 않고
엄마가 치워주지 않으면 집안 청소도 잘못해.
엄마가 잔소리해주지 않으면

해야 할 일도 잘 못하고
엄마가 일어나라 깨워주지 않으면

잘 일어나지 못해.

아직 난 이렇게 혼자 살기엔 너무 벅차고
엄마 밑에서 엄마한테 아양 떨어가며

살던 때가 편하던 때였단 걸 비로소 느껴.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내 편인 엄마에게
나의 인생에 대한 물음을 했고,
엄마는,

나이만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
진지하게 답을 해주던
그 소소한 이야기들이 너무 그리워.


엄마, 머리가 너무 아파.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뇌가

이렇게 머리 아픈 건지 몰랐어.
나 하나 살아가는 길 찾기도 힘든데
누군갈 책임져야 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야 조금은 가늠이 간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공감받을 곳이 없어서,

이제는 이런 이야길 엄마한테조차

하지 못하겠어서

나는 너무 지쳐.


머리 아픈 생각하기 싫어 이제.
나 아무 생각 없이 진로만 고민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내일은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기대는 가장 헛된 생각이라는 걸

그만 깨닫고싶어.

나 좀 그만 편해지고 싶어.

눈감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데.
이제 그만 눈 좀 감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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