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엄마는 나무가 되고 싶다 했지.
나무가 되어서 아무 걱정도, 고민도 없이
아니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감정이 없는 상태로
그저 푸르른 이파리들만 여기저기 내보이는
누군가의 시선 속에 편안한 존재로 내비치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했지.
나는 다시 태어나면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
나무도 벌레에 갉아먹히고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태풍에 뿌리가 채 뽑히고
강렬하기만한 햇살에 목말라 썩어 들어가 버리고
아프다 소리칠 새도 없이 생명이 다해버리는데
그게 인간과 다를게 뭐가 있어 엄마.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아무것도 되지 않을 거야.
아무것도 되지 않아서 아무것에도 아프지 않고
아무것에도 슬퍼하지 않을 거야.
엄마조차도 바라는 그 아무 감정 없는 것이 되어
나는 조용히, 그저 조용히
아무 생각 없이 잠들 거야.
잠든 채로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에도 실망하지 않은 채로
그렇게 나는 완전히 사라져 버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