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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Oct 22. 2015

그야말로 기록해야 할 시간

처음으로 매우 인도적인 기분으로 담임과의 통화 마침

지난 번 빈정 상하는 유학 관련 통화를 마친 후, 이 업무(?)를 남편에게 이관한 나는 휴가 때 담임을 만나고 온 남편이 "상식적인 사람이던데?" 하는 말을 듣고 열통이 터졌었다. 어쨌든 출입국 기록만 되면 문제 없어!! 라는 의기양양한 피드백에 안심은 했는데...


오늘 전화 왔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제자가 자신 때문에 인생 꼬이는 것을 원치는 않으신 듯! 굉장히 여러 군데에 열심히 문의를 해본 결과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아빠에게 안내한 내용과는 좀 다르므로 반드시 잘 들어달라고. 펜을 들고 귀를 세우고 정말 긴장하며 들었다.


1. 출석일수가 채워졌다고 해도 의무교육 면제를 정식으로 받지 않으면 불법유학이 되어 인정유학이 될 수가 없다. 그 결과는 중학교의 수업일수 중 3개월 무단결석이며, 재수없을 경우 유급이다.

2. 미국의 학제는 철저하게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현재 만 12세인 아들은 주마다 다른 법률에 따라 그 주에서 6학년 2학기로 들어갈 수도 있으며 1학년 2학기로 들어갈 수도 있다. 중학교 1학년 2학기를 다닌 후에는 무조건 2학년 1학기로 진학해야 하며, 1학년 1학기로 빽은 못한다.

3. 귀국할 때 목숨 걸고 그곳에서 1년간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녔다는 증빙을 가져오지 않으면 인정유학 인정에 실패할 수 있다. 반드시 가져온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교원 생활을 한 적이 있는 동료 교사에게서 들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공립학교는 일단 '배우려고 왔다'는 학생을 거절하지 말아야 하는 의무가 있어서 만약 미국에 도착한 다음 날에 학교에 다짜고짜 찾아가서 나 여기 다니겠습니다. 하면 다니게 해준다고 한다. 신기..... 다만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중학교 배정이 취소된 상황이기 때문에, 집앞에 있는 중학교에 정원이 꽉 차 있으면 비슷한 지역의 다른 중학교로 배정받을 수도 있다고.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일단 

1. 면제신청

2. 아빠의 파견 명령서와 본인의 출입국 증명 준비(제출에 대해서는 면제신청서를 학교에서 작성할 때 다시 문의해야겠다;)

3. 생활기록부와 예방접종 증명을 공증 업체에서 영역하여 준비할 것.

4. 미국에서 다닌 학교에서 학기 수료에 관한 증빙을 준비할 것.


처음으로 불쾌감 없는 통화를 했더니, 아들 담임이 다시 보인다. 사람이란 결국 자기에게 어떻게 대했느냐로 사람을 평가하기 마련이다. 남편이 담임을 만나러 갈 때 으르렁대면서 상품권 같은 거 가져갈 생각 말라고 했는데 짐승 같은 미움이 조금 가라앉았다. 11월에 학교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할 때엔 문명인들의 교양 넘치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진심으로 담임의 잡무를 늘린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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